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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임팩트의 Hyundai Card Design Story

원제
-
저자
오영식, 차재국, 신문용
2015
접한날
2020/11/23
주제
경영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계기
배민다움 중에 언급 + 현대카드가 멋진 카드와 멋진 폰트를 내놓기까지, 그렇게 딱딱한 업계에서 어떤 “논리” 로 설득시켰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다 읽은날
2021/01/01
보유여부
공유실물서적
상태및평가
1번 읽은 책
추천하는 책
리뷰를 작성했음
책에 단점이 느껴짐
제텔카스텐 백링크

총평

총평 : 전부 읽고 남는 하나의 생각만을 작성함.
결국 모든 것은 논리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작업도, 디자인 작업이 브랜드에 기여하는 방법도,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적용되는 방식도 모두 철학과 논리이다. 브랜드의 모든 요소 (이 책에서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에 논리와 그렇게 행동하고 보여져야 하는 이유가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잡게 된 이유는, 어떻게 그렇게 획기적인 디자인을 설득시킬 수 있었는가 였다. 이에 대한 답을 충분히 많이 얻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와 있었던 정답은 다음과 같다.
논리 :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모든 요소들을 논리적으로 구성했다.
경영진 :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 오는 디자인팀을 신뢰했다. 맹목적인 신뢰가 아니고, 불필요한 통과 프로세스 없이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실행에 옮기고 명확한 규칙, 철학, 원칙 아래에 통일성을 주는 것에만 집중했다. 정태영 대표의 뛰어난 눈 (감각이 있는) 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카드가 존재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현대카드같은 사업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사업에서) 경영진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떤 부분에서 특히 뛰어나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디자인팀과 일을 하는지, 디자이너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이 책을 통해 '브랜딩을 하는' 경영진에게는 정말 큰 그림을 다잡고, 그 문제를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한 회사에서는 그러한 능력보다는 기술적인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브랜딩에 디자인이 기여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디자인에서 논리의 중요성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브랜딩과 디자인, 그리고 논리에 대해서 하고자 하는 말은, 정태영 사장의 오프 더 레코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에피소드를 깊게 파기보단 병렬적으로 늘여놓는다는 부분이 눈에 보였고, 책에서 계속 "우리가 한 거야" "이거 우리가 한 거라고" 를 언급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싶긴 하지만, 상당히 그런 부분이 많아서 나중에는 조금 거슬리기도 했다.
+. 문득 책을 이래서 읽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약적으로 다른 사람이 경험했던 것을 표현해놓은 것. 다음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책을 읽은 목적에 대해 성취한 정도 : 90%
만족도 : 90%

리뷰 내용 목차

내용

내용에 해당되는 부분들은 여러 번 검토되지 않으며,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내용을 바로바로 적어 내려간 부분이다. 정제되지 않은 부분이 충분히 많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현대카드의 사례들은 당시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디자인 시스템은 계속 변화하며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며,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배민다움이라는 책 내에, 홍성태 대표를 인터뷰한 교수님의 코멘트였다. 해당 책에서도 강조를 했지만,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 상당히 비슷하다.
정작 부러워해야 할 것은 현대카드의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자 생각하는 방식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내부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 브랜딩은 디자인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아이디어, 가치, 원칙 등, 그 브랜드만의 철학과 문화 위에서 수많은 과정을 거쳐서 다듬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으려던 취지를 항상 기억하며 잊지 말아야겠다.
또한 책에는, “최근에는” - “예전에는” 이라는 언급이 종종 등장한다. 이것들이 당시에는 신선한 접근이고 현대카드의 디자인팀인 토탈임팩트가 선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본질은 남고 보이는 모습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들의 것들이 출판일 2015년, 책을 막 작성할 2013~2014 년의 기준이 지금에도 잘 적용되고 있는지, 이제서야 이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회사들에서는 익숙한 것을 따라 가야 유리한지, 하나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야 좋은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

현대카드와 일할 때에는 현대카드 직원보다 카드 상담을 더 잘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상품과 서비스를 연구했고, 패션 브랜드와 일할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미팅일지라도 대충 걸쳐 입고 가지 않았다. 해외 패션 에디터로부터 "어디서 옷을 사느냐" 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그 브랜드에 어울리는 패션 감각을 온몸으로 익히며 일했다.
deer 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이 킥보드를 애용하고 있는가.
hellocock 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칵테일을 집에서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인가. 맛있는 술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깊은 사람들인가.
스르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개인 킥보드를 얼마나 타 보았고, AS 를 얼마나 많이 받아 보았고, 킥보드를 구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 보았는가.
나는 평소 해당 산업에 대한 크고 작은 이해를 '도메인 지식' 이라고 이것을 표현한 것 같다. 물론 그 산업의 도메인 지식이 잠깐동안 반짝 공부한다고 해서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팀이 도메인에 대한 경험을 얻기 위해, 회사의 프로젝트에 대한 명세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실제로 관련분야에 대해서 신경쓴다는 점. 최대한 그러한 산업과 기업에 다가가려고 하는 디자인팀의 태도가 인상깊다.
반대로, 해당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다루고 있는 일 (도메인) 을 다루는 태도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본인의 일을 하는데 해당 일에 관심이 없을 수가 있는가. 작게는 학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장애인에 대해서 평소 관심깊게 여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고 "장애인을 위한 ~ 서비스" 를 출시한다고 한들 무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렇게 일해서는, 그런 주제를 선택해서도 절대 안 된다.
디자인은 예기치 못한 변수와 변화를 받아들이며 정답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책에서 디자인팀(토탈임팩트)이 해당 산업에 대해 최대한 조사를 한 뒤, 디자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자신들이 공부한 '도메인 지식' 과 클라이언트가 제안한 내용이 충돌하는 경우에 대해서 짧게 언급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 번 이야기하지만 - 그럼에도 설득되지 않는 경우 그냥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개선점을 찾아나간다고 한다. 이들(토탈임팩트) 는 이를 '예기치 못한 변수' 라고 이야기한다.
디자인팀이 일하는 것에 장애물 아닌 장애물은 팀 내부에도 있을 수 있다. hellocock 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처음에 우리 디자이너는 무드보드 같은 것들을 만들어 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hellocock 의 이미지에 대해서 가볍게 바인딩했다. 그렇게 창업 초기 형성된 hellocock 이미지는 조금씩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면서, 최근에는 그 간극이 은연중 드러났다. "소통" 이라는 키워드로 우리의 성장과정을 담은 영상을 어떻게 담으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를 할 때에 대한 것이다.
대표자가 생각한 hellocock 의 그림
내가 생각한 hellocock 의 그림
대표자는 성장과정에 대한 것은 B급으로 보여주고, 제품은 제대로 만들어서 반전매력을 보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비슷한 맥락에서, 회사의 사명/mission 을 정할 때에도 '왼손엔 골뱅이소면, 오른손엔 칵테일' 이라는 엄청 가벼운 표현을 만들어 냈다.)
나는 아예 컨셉을 잡을 것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안온하고 감성적'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에 기획 / 마케팅 /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에 대한 것이다. 우리다운 것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고, B급 감성에서 얻은 것을 진짜 감성과 편안함으로 어떻게 연결시킬까? 에 대한 고민도 상당히 가치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기획마케팅을 담당하고 추진해 나가는 사람에게는 '예기치 못한 변수' 이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대 생각대로 했을 때 잘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반대로 내 생각대로 했을 때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 나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배민다움이라는 책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간이 흘러도 이러한 태도를 항상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노련함이 부족해요.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정말 잘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사람의 의사결정을 잘 따를 수 있어야 해요.

논리적인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어떠한 소통에서도 원하는 뜻을 내며, 표현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같은 느낌과 내용이 전달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같은 모양, 같은 색, 같은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목소리로 소통하고 메시지와 뜻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행해야 한다. 모든 작업에 "Why" 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클라이언트가(회사가), 그리고 결과물을 접하고 사용하게 될 사람들이 무엇을 얻는가, 무엇을 얻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참 어려운 논의다. "창의적인 것" 과 "일관적인 것". 브랜드는 복잡한 것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본질적 특성인 abstraction 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과연 반전매력,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우리가 B급 매력에서 멋진 디자인으로 가는 과정을 담는 것, 이런 것들을 모두 "반전매력" 이라는 범위에 넣을 수 있을까?
때마침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다들 들어 보라고 그런다. "엉덩이는 한개일까 두개일까?" 이런 모습이 hellocock 스러운 걸까? "어 그러면 우리가 hellocock 이라는 회사로 영어논문을 써서 키트 안에 넣어 주는거야!" 만약 hellocock 이 "반가운 친구" 를 페르소나로 잡고 나간다면, 여기서 "반가운 친구" 라고 함은 어떤 "반가움" 일까? 다정하고 포근한 반가움? 아니면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장난스런 친구처럼 항상 나를 재밌게 만드는 반가움?
최종안을 정할 때 다수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소수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이걸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핫도그TV 측에 메일을 보냈다. 약간은 귀엽고, 키치하고, 비밀스럽게 보냈다. 만약 해당 메일에서 요구하는 데이터가 "적어도" 여성 시청자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20대가 정말 많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런 컨셉을 선택하게 되는 논리적 근거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객,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 우리가 보이려고 노력하는 방향이 모두 따로 노는 것은 별로 용납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논리가 있어야 생각의 과정에서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수정과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떠올리는 사람들이, 키치하면서 감성적인 부분이 양립하는 제품을 좋아할까?
브랜드가 어떤 제품이나 회사의 로고, 컬러, 상표권 등의 이미지라고 한다면 브랜딩은 이를 위한 전반적인 행위를 뜻한다.
이들은 책에서, 자신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시되는 시각적인 부분 (디자인이 보통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다.) 에 집중해 온 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토탈임팩트에게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브랜딩과 연계되어 있거나 아이덴티티 디자인일 때에만 진행한다고 이야기한다.
로고 : 아이던테티 개발의 첫 요소이다. Symbol (Apple), Wordmark (Fedex)
컬러 : 같은 파랑이라도 미묘하게 다르다.
서체 : 좋은 서체 (적절한 서체) 는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루이비퉁과 폭스바겐은 같은 서체를 사용하지만, 두 기업을 비슷하게 보거나 혼돈하지 않는다.
4th 요소 : 로고, 서체, 컬러를 제외한 모든 시각적 요소의 총칭
그리드 : 각 요소들이 놓이는 규칙. “엄격한 제한이 만드는 완성미”
브랜딩은 일반명사와 고유명사의 싸움이다.
이 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된 애플의 예시를 통해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 일반명사
MACbook, iMAC, iPhone : 고유명사
굉장히 세련되었으면서도 애플만의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굉장히 귀납적으로 생각해서,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hellocock 이 칵테일에 이름을 붙인다면? ‘hello hawaii?’ 그것에 대한 논리구조는 무엇일까? 왜 그렇게 해야 할까? 고유명사가 된다는 것으로 이렇게 이름을 짓는 방법 말고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애플의 비주얼 시스템 (로고, 이미지) 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본질은 (가장 중요한 하나의 무언가) 를 남기고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련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hellocock 의 경우, 산세리프 + 약간의 변형 을 사용하고, 둥글면서 깔끔한 로고 + 달콤하면서 칵테일이 떠오르는 색상을 사용한다. 각 글자와 글자 사이의 자간도 적당히 여유있게 넓고 볼드를 사용하지 않아서 심플하다. 이런 느낌과 (1) “병신같지만 멋진, B++” 이 어울릴까? 아니면 (2) “안온하고 조용한” 것이 어울릴까? (3) “편안하면서 깔끔한” 것이 어울릴까? (4) “장난스럽고 친근한” 것이 어울릴까? 반대로, (1) (2) (3) (4) 를 선택했을 때, hellocock 의 다양한 요소들이 과연 어울릴까? 과연 집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헬로콕2에 붙이고 싶다는 네온사인이 잘 어울릴까? 안과 밖에서 동시에 감상 가능한 LED 전구를 크게 hellocock 로고 모양으로 붙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hellocock 나중에 하나하나 만들어갈 공간들이, 우리가 만들어 둔 다양한 페르소나에 기반해서,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페르소나를 대변하도록 만들고, 각 페르소나들이 우리의 브랜드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된다면, 브랜드이지만 각 매장별 특색을 가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브랜딩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덴티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바로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편한 분위기를 지향한다면, 우리의 광고에 유명인이 등장해도 좋을까? 이런 의심도 상당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현대카드의 이야기

내가 책을 읽는 취지와 얼라인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어떤 논리로 설득시켰는지. 생각보다 금방 궁금증이 풀려 버렸다.
1.
저자는 (토탈임팩트) 디자인에서 서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2.
심볼과는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현대카드만의 CI 가 필요함.
3.
현대카드 경영진들의 고민을 해소하는 데 외국의 선례 (심볼을 차지할 자리에 서체가 등판하는 선례. 오펠,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여기에 속한다고 함) 를 들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설득함.
4.
현대카드 경영진은 토탈임팩트의 디자인을 믿어주는 클라이언트였음.
5.
처음에는 서체를 중심으로 로고, 컬러 등이 갖추어나가졌고, 거의 10년간 그것을 설득하고 다듬어지고 다듬어진 결과물이 현대카드임.
왜 굳이 서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에 대한 논리에 대해서 책에 짧게 언급이 되어 있다. 여기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현대카드만의 CI 는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현대자동차가 이미 심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카드만을 위해서 새로운 심볼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크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카드를 새롭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전용서체를 갖는 것이 최선인가? 상징 이미지를 갖는 것이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서체를 갖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업과 브랜드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왜"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져야 한다. 현대카드의 경우에는 심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
여기서 생각나는 점이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획기적의 생각과 신선한 아이디어의 95% 는 신선한 선례에서 비롯된다. 위에서 중시한 서체 중심주의뿐 아니라 공유 킥보드, 내부인원의 중요성에 착안한 브랜딩도 이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0.001% 는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해내고, 그 주위 1% 에게 ‘이렇게 신선한 것’ 을 보여준다. 그 반응을 본 1% 중 일부 또는, 1%를 관찰한 외부인은 이를 보고 퍼뜨린다. 아직 99% 의 사람들은 그런 신선한 생각을 경험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좋은 생각과 좋은 아이템은 모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그런 1% 안에 들어 있거나, 0.001% 정도와 함께하는 사람이거나, 개인의 철학 (서체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 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도대체 그 0.001% 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특정한 것에 영감을 받아서 ‘모방’ 하지 않았을까.
정말 처음 생각해내는 듯한 훌륭한 연구 결과도 결국 무엇인가로부터 영감을 받곤 했던 것이다.
발표 자료에서 애플을 예로 들었다. ... 심볼, 브랜드 네이밍, 슬로건 등 모두 사과와 연관이 있고, ... 핵심에는 '지식' 과 '혁신' 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 애플의 예에서 보듯 심볼은 변화해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논리가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언어적(Verbal) 체계, 즉 브랜드관리와 네이밍 체계 및 유니크한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파워북 (현재 맥북) 이라는 네이밍으로 자신들의 제품 라인을 고유명사화했다. ... 'i' 를 브랜드화했다. iMAC, iPod, iPhone 과 같은 브랜드 체계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i' 뒤에 어떠한 단어가 붙어도 애플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지금은 누구나 브랜드체계에 대해서 애플을 예로 들지만, 당시에는(2003년*쯤) 흔한 케이스가 아니었다. 현대카드의 CI 에도 애플과 같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책에 2003년이라고 언급이 되어 있다.
위 내용에서 유니크라는 말, 그 당시에는... 이라는 말이 가장 들어온다. 유니크 : deer 의 경우에는 유니크한 네이밍, 공유 킥보드 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리브랜딩이 한 번 일어나긴 했지만, 이런 생각을 계속 유지하려는 듯하다. 당시에는 흔한 체계가 아니었다 : 그렇다면, 저 상황에서 애플의 예를 드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왜 그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을까?

2010년 이전의 시각 (그 당시의 현재와 미래)

Google 에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사례만 모두 모았다.
언어적 브랜딩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 (선구자 : 애플의 시각)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
폰트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 (한국에서 선구자 : 토탈임팩트, 현대카드 2003)
폰트 브랜딩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았지만, 그냥 브랜드 노트에
정말 찾다가 찾다가 겨우겨우 하나 찾아낸, 폰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료이다. 글 서두에 보면, "that seems so minor, but is extremely important" 라고 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이것이 통용되고 있었던 것일까?
위 자료의 일부는 아래 strategies for brands 라는 자료에 수록되어 있다. 마케팅 강의 자료인 듯 하고, 2005년에 제작되었다.
위 자료는 1997년 visual identity article 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20년의 시각 (현재와 미래)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 Interbrand 에서는 매년 브랜드 순위를 발표한다.
Interbrand 의 2018년 CEO 찰스 트리베일 인터뷰를 차용해 보자.
과거 브랜딩은 제품의 겉면(cosmetic)이 중요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본질(genetic), 즉 제품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가 중요해졌다. 투명성도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만약 기업이 투명하지 않고 제품에 진정성이 없다면 사람들은 단순히 차별화를 믿지 않게 됐다.
젊은 세대는 브랜드 전문가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통해 기업이 어떻게 브랜딩을 하는지 안다.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축되는지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를 수집(collect)하기도 한다. 더 이상 광고를 보고 마음을 바꾸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단순한 광고와 포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알고 싶어하게 됐다. 이것이 미래 비즈니스가 이뤄질 모습이다.
물론 시각적인 결과물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강렬하고 인상깊은 색상
우스꽝스러운, 어떤 동물이나 사람 등 '얼굴' 이 보이는 우스운 브랜드
Try to reflect your stance in your branding materials so people know what you’re about. Talking about it on social media works, as does pairing with a popular figure in your movement. Your branding design, too, should echo your stance, for example, featuring green and environmental imagery in your logo and on your website, or using photos to demonstrate your activism.
출처 7 creative branding trends for 2021 - 99designs Team

고객에게 집착

2003년 당시에 카드는 실버와 골드밖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고객의 삶을 관찰해, 스토리와 혜택을 담는 첫 시도였다고. 모든 카드는 골드가 프리미엄이었다.
늘 광고와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탄 까닭에 경영 전략적인 측면은 가려져 있곤 했지만, ... 경영 철학이 한 곳에 치중되지 않고 엮여 디자인 파워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당시 현대카드 부사장이 한 말이었다. 카드를 팬톤 칩처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냐고 회의 도중 언급했던 것이.

왜 안된다고만 하는가 (도메인 지식의 관점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책중에서는 컬러 카드를 뽑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서술했다. 현대카드를 컬러카드로 만들기 위해서 인쇄소를 당연히 거쳐야만 하는데, 이 인쇄소가 카드디자인팀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결국 뚫어낸 것은, 디자인팀의 도메인 지식 덕분이었다고 한다.
브랜딩을 위한 디자인을 할 때에는 협업하는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 그 분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나 방법,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패션 쪽 일을 할 때, 재봉질을 직접 할 필요는 없지만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브랜딩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폭넓은 지식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hellocock 도 어쩌면, 술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물론 현대카드같은 상황은 법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hellocock 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팀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특히 인상깊은 4th element

현대카드의 4th element 는 수평선과 수직선, 45도로 기울어진 사선들이다. 그래픽이 들어가는 모든 부분에 이 규칙이 적용되었다.
이런 것을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색상(color) 을 보면, 배스킨라빈스 31 이 떠오른다.
현대카드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픽토그램을 제작했다고 한다. 45도, 수평, 수직의 원칙 (4th element) 이 잘 녹아 있다. 그레이스케일 색상 (color) 도 잘 반영되어 있다.
4th element 는 단순하면서도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형태를 도입하여, 그러한 색채와 형태의 조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그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자신들의 건물에서도 아이덴티티를 표출하고자 했는데, 그 생각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개인을 정말 세부적으로 관찰한다." → 이를 바탕으로 이에 부합하는 카드를 만든다. → 많은 카드들 중에서 고객이 카드를 선택하면 그 카드를 만들어 준다는 TV 광고를 한다. → 이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책중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때로는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
신은 디테일에 깃들어 있다.
디테일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건물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쓴 것은 화장실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사소하지만 가장 고객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이라는 생각.
픽토그램의 경우, 그림이면서 문자로 기능하기도 하고, 고객의 일상 속에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뿐 아니라 언어를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큰 아이덴티티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중요성을 동업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재정 상황이 부족하더라도, 작은 돈을 투자해서 기업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많은 설명을 해야 할까?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논리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저들은 아무 논리 없이 화장실 픽토그램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들은 이런저런 선례에서 시작한다. 선례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 새로운 것을 주장하는 사람의 이력과 그 논리가 그 다음이다. 그 논리는 계속되어 기업까지 얼라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등 모든 것까지 설득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콜럼버스의 달걀

일단 하고 나면 매우 당연한 건데 하기 전에는 보통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발상, 요악하자면 '발상의 전환'을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인다. 달걀을 세우라고 하면 어떻게 세울 것인가? 달걀은 동글동글한 모양새 때문에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계란 밑동을 살짝 깨면 세울 수 있게 된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일단 하고 나면 매우 당연한 건데 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싶다. 기발한 발상은 그냥 말 그대로 기발할 수 있다. 오프 더 레코드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일단 하고 나면 매우 당연한 건데 기발하기는 쉽지 않다. 별도의 설득이 필요없을 만큼, 아 그걸 했어야 하는데 왜 안 했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타 디자인 관련 생각들

유행을 타는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루는 디자이너가 원칙을 잊고 새로운 흐름에 휘둘리면서 온갖 트렌드를 브랜드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그동한 쌓아온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신임 디자인 실장이 디렉팅을 맡으면서 현대카드의 그리드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BI 원칙을 구현하는 것도 불분명해졌다. 너무 많은 디자인 요소를 한순간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정체성이 강화되기보다 희석된다.
굉장히 어렵다. 그냥 말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선례들이, "자기다움" 은 유지한 채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라고 한다. 몇몇 예를 들어 보자. 애플의 로고가 변하는 것을 잘 살펴보면, 처음에는 매우 복잡했지만 점점 더 다양한 철학이 들어 있는 사과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만약 애플이 "요즘 로고에 얼굴을 넣는게 트렌드야" 라는 경향을 반영하여, 사과에 눈을 그리는 등 이상한 시도를 하는 순간 - 그간 apple 이 쌓아온 이미지는 바로 변질되어 버렸을 것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미니멀리즘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한고 있다고 한다. 현대카드의 본질이 무엇인가 잘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야기들로 볼 때, 현대카드가 미니멀리즘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가 현대카드가 보여주려고 했던 본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를 풀어나갈 것인가가 굉장히 궁금하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고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그에 맞는 카드를 고객에게 제시한다." 라는 원칙이 새로운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어떻게 녹아나올까.
우리 회사는 디자인을 설명할 때 최적의 단어, 최적의 이미지 효과로 표현하기를 원한다. 장황하고 모호한 단어의 설명을 지양한다. 명확하고 적절한 로직을 가진 단어로 설명하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더 빠르게 이해하고 만족한다.

결국 결정은 경영진이 한다.

책에서는 계속 경영진에 대한 내용을 칭찬한다. 아무리 좋은 파트너와 함께 일을 한다고 한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물건을 들고 간다 한들, 경영진이 철학이 없고 생각이 깨어있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 채 끝나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카드디자인을 제시했을 때,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선듯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과연 저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누군가 hellocock 이나 스르릉에 좋은 아이디어를 들고 왔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는 무엇일까?
토탈임팩트는 이뿐 아니라 현대카드 연간 리포트 디자인도 맡았던 것 같다. 이런 리포트가 엄청나게 좋은 디자인 평가를 대외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CEO 외 간섭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간중간 통과를 위해 필요없는 컨셉들이 추가되다 보면 굉장히 너저분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직통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 사실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생각할 때 건전한 기업이란, 처음에는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경영자는 경영에만,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었다. 디자이너도 이 회사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알아야 하고, 프로그래머도 알아야 하고, 경영자도 알아야 한다. 구성원은 단순히 회사 안의 고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각 구성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각 구성원이 어떤 일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 대해서 윗쪽에서는 간섭하지 않되,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제시를 하는 것이다.
잠깐 광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에서는 "앞면 앞면 옆면 뒷면 뒷면 옆면..." 이라는 현대카드 광고 이야기를 하면서 경영진이 집중하고 있는 것 - 디자인팀과의 호흡을 이야기한다.
나도 어릴 때 문득 이 광고를 들은 적 있는 것 같다. 정말 수많은 광고들 중에서 내가 10년이 넘도록 기억하고 있는 광고라면, 충분히 인상깊거나 기괴했던 광고 아닐까? 여튼 이 광고를 설명하는데 이 광고에서 인상깊은 것이, 광고 도중에 뜬금없이 상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광고 도중 상어가 나오는 것을 기획하신 분이 하는 말씀은, "무르팍도사를 보는데 중간에 뜬금없이 산을 오르는 장면이 나오더라. 이렇게 뜬금없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주의를 환기하고 쉼표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라고 했다.
내가 만약 이런 광고를 들고 간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컨펌을 받아야 할까. 그러다가 아래 현대카드 CEO 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디자인과 광고에까지 깊이 직접 관여하시는 영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정태영 CEO 가 이야기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0.5초 0.5 초를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나는 디테일한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어떤 모델이 어떤 손모양으로 어떤 조명 아래 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전략과 총론에서 벗어나는 것이 있지 않는가? 를 생각한다. 한 장면, 한 마디라도 총론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것이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인상깊은 말이었다. 기업에 원칙을 세우는 일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종종 들었지만, 이를 통해 아주 와닿는다.
영상 말미에 하는 이야기도 놓칠 수 없었다. 광고와 브랜딩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든 페르소나 자체가 없으니까 브랜딩 이전에는 광고를 마음대로 만들어도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브랜딩의 시대에서는 너무 노출이 많습니다. 매일 어떤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서는, 내가 나를 숨기고 그 광고를 따로 만드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광고의 나와 실제의 나의 차이가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별개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이 지금 광고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고 브랜딩을 잘 하는 회사에서는 기회이기도 하구요.
그 뒤의 영상에도 현대카드는 미니멀리즘을 놓는다 같은 아주 재미있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아주 재미있다. 차별화의 무기였던 카드에서의 미니멀리즘을 디자인 도피처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져 포기해 버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가는 장면이 잠깐 보였는데 정말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케터와 기획자 관점에서도 좋은 영상이 많으니 종종 구경할 생각이다. 좋은 내용이 많아 책의 감상과 함께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 하단에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브랜드의 존재감은 제품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더 블랙 : 블랙 카드 (9999장 한정 최고존엄 카드) 고객들이 서재에서 책을 읽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카드 자체를 책으로 패키징함.
퍼플 하우스 : 퍼플카드 (프리미엄 카드) 의 고객들에게, 거실을 드나드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 스스로를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로 확장.
현대카드는 현대카드다운 것을,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여, 기능을 충족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엄선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이쯤 되면 퍼플하우스같은 것들이 어떻게 지어졌는가, 어떻게 그것들을 설득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오 그거 한번 해 보자" 였던 것이다.
약간 투머치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끼기도 했지만) 여기서 배울 만한 점은 "커다란 원칙 아래 작은 것들이 정말 잘 정돈된" 논리였다. 현대카드는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여, 기능을 충족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엄선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을 현대카드다움이라고 정의했다고 했다. 이런 정의 아래에서, 라이브러리에 들어가야 하는 책들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Inspiring
Useful
Thorough
Influential
Wide-ranging
Aesthetic
Timeless
이러한 기준들 아래,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여, 기능을 충족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엄선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고,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도무스, 라이프", 트래블 라이브러리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이마고문디",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롤링 스톤" 등을 전부 소장했다고 한다.
롤링 스톤
장소 선정에도 모두 의미를 담았다. 지도에서 각 장소를 검색하면서, 각 동네를 모두 가본 나에게는 장소들의 분위기가 벌써부터 전해져 오는 듯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 가회동 - 아날로그 - 다락방 - 옥탑, 트래블 라이브러리 - 청담 - FIND, PLAY, PLAN 공간 구성 - 이로부터 주체적인 깨달음 여행이라는 의미를 공간에 담았다. (이러한 구성도 현대카드다움과 묘하게 얼라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깊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홍대에 KB국민은행이 만든 상상마당인가 뭔가가 있다. 온통 노란색으로 벽을 칠해놓고, 노란색상과 친근함으로 (내부에 가면 VR 기기도 있고 포토존도 있고 루프탑도 있다. 원데이 클래스들도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을 하고 있다.) 브랜딩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젊음과 버스킹으로 대변되는 홍대의 거리에, 건물에 너도나도 앉을 수 있도록 한쪽면을 뻥 뚫어 놓았다. 이들이 나중에 어떤 기업으로 여겨질지 기대된다.

현대카드 CEO 정태영의 이야기

책중에서 경영진에 대해서 많은 칭찬이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정태영 CEO 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은데, 때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2020년 12월경 오버 더 레코드 컨텐츠가 나온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상황에서 정말 주의깊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1강. 마케팅과 엄연히 다른 브랜딩, 모든 곳에서 3년간 컨셉질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페르소나" 라는 것. 현대카드는 혁신적이고 뭔가 창의적인 것이 힘이 아니다. Syncronization 이 굉장히 잘 된 기업일 뿐이다.
전부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후반부 상당히 나의 상황에서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메모를 하고자 한다. hellocock 과 같은 스타트업, 이런 스타트업은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을 판매한다면, 이것은 정말 정말 컨셉질이 도드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물론 태정 (모히또) 은 이로 인해 속도가 느려져서, 정말 우리가 급하게 챙겨야 할 것 (이를테면, 수익이나 초기창업패키지 등..) 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물론, 이미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용기를 주는(?) 말이었다.
... 콜센터, 팜플렛, 앱에 나가는 문구, 검색을 하면 나오는 한 줄까지 몽땅 싱크로나이제이션 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힘든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지금 브랜딩을 잘 한다는 회사들을 보면 점점 매지지먼트가 집중화 (중앙화)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모두 다 감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전부 감독을 하다 보면 실행단이 늦어집니다. '아니 내가 앱에서 여기 뭐 하나 올리려고 하는데 그것도 이쪽에서 깐깐하게 감독을 한단 말이야?' 사실은,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빈도가 높아지고 많이 하게 되면 이것도 굉장히 잘 관리하면서 빨리 하게 되죠. 축구선수가 공을 정교하게 차는 것.. 나중에는 빠르지만 정말 정교하게 차잖아요? ... 제가 말하는 브랜딩은 흔히 말하는 CI 와 BI 와는 다른 것입니다. 시각적인 원칙을 정한 것이지, 페르소나를 정한 것은 아니잖아요?

2강. 브랜딩의 시작은 시각적인 단어 잡기

저렇게 잔뜩 모아서 비슷한 것끼리 클러스터링하고,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선택하고 추려 나가고, 그것에 맞는 단어를 선택한다고.
현대카드의 느낌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이미지 행렬이 나온다. 굉장히 추상적인데,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이 - 그리고 저것을 촬영하고 있는 공간 그 자체에 현대카드의 느낌이 매우 살아서 정말 인상깊었다.
정말 극도로 하나의 목소리, 싱크로나이제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정도까지 되면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강. 제품만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는 6시간이다. 영화 자체에 갇히지 마라. 혜택에 갇히지 마라. 할리 데이비슨과 BMW 가 과연 마력수로 다투는가. 이런 식의 이야기이다. 현대카드 RED 는 카드를 책에 담아 보내주었다. 그 책에 카드의 페르소나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4강. 뛰어난 광고를 만들려면 적은 인원이 하나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그리고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싱크로나이제이션 되어야 한다. 그 장면 그대로 다른 이름을 넣으면 다른 광고가 된다면 그것은 실패한 광고다. 그런 광고에서 굉장히 큰 기회를 느낀다는 이야기. 잘 생각해 보면 그렇다.
하나 더 첨언한다면,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오늘날의 광고이다.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기업문화에 맞는 광고, 기업의 페르소나와 얼라인되는 광고를 하라고 강조하면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