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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r.aa5_2_1_3.1.1_3.1_2.1. title: 이걸 킥보드라고 부르지 말아라 (삼륜 형태의 하드웨어에 대한 여론 조사 및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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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륜 킥보드를 제대로 못 만들면 탑승자가 굉장히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참고1). 대부분의 삼륜 프로덕트들이 실패했다. 반대로 이것은 삼륜 킥보드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도 삼륜 킥보드를 승차감 좋게 잘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디어)도 똑같은 부분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 삼륜 킥보드를 풀었는데, 사람들이 안 타면 어쩌지 (참고4)? 사람들이 삼륜 킥보드를 안 탄다면, 사람들이 이걸 불편해서 안 타는게 맞나?
준서가 조사한 결과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삼륜 형태의 퍼스널모빌리티 제품들을 알아본 결과를 버무려 보았을 때, ES Board (또는 Cycleboard) 라는 제품이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제품에서조차 ‘이륜과는 조작감이 달라 불편하다' 는 말이 나온다 (참고3). 이것이 이륜에 비해 불편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삼륜 폼팩터의 조작감이 이륜에 비해 어색한 것은 삼륜의 숙명 아닐까?
나도 바퀴가 커다란 자전거 조향에 익숙해져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도중 처음으로 전동킥보드를 탑승해 보았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조향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자전거를 탈 때에는 신경도 않던 요철을 넘을 때마다 긴장 한가득 온 몸에 빡 주고 무릎을 살짝쿵 굽혀 주는 무의식적 휴먼지능이 오늘날 내 몸에 인코딩되어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자전거도로와 인도 사이 작은 틈을 사선으로 넘어가다가 바퀴가 걸려 미끄러져 피가 철철 나는데 보건실에서 붕대를 칭칭 감고 MT 를 갔던 즐거운 기억도 있다. 모빌리티뿐 아니라 전자제품에서도 그런 일들이 많았는데, 윈도우에서 맥북으로 넘어갈 때도 비슷한 느낌의 적응이 필요했다. 일정 기간동안 생산성이 정확히 반토막났다.
하지만 모든 것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과정일 뿐이었다. 이륜에 비해 삼륜 폼팩터가 불편하다고, 이륜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삼륜’ 이라는 완전히 결이 다른 폼팩터에 (참고3:판매자리뷰, 5:인터뷰, 6:POMA리뷰) 삼륜 ‘킥보드' 또는 삼륜 ‘자전거' 또는 삼륜 ‘오토바이' 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에 통용되던 훌륭한 상품 명사들에 관형사만 바꿔 들이밀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라는 말에 이륜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킥보드’ 와 ‘삼륜 킥보드’ 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과거 전동킥보드 탑승을 두려워하던 이용자가 ES Board 을 한두번 탑승해보고 바로 적응해 버렸다는 이야기 (참고3), 세발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참고1, 2). 이들의 말이 전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부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삼륜 모빌리티는 이륜 모빌리티에 비해 노면상황에 훨씬 강인하고, 직진 안정성이 훌륭해 한손을 놓고서도 주행할 수 있을 정도이며, 보드를 타는듯한 재미있고 색다른 승차감이라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참고2, 5:인터뷰, 6:POMA리뷰).
후기 그림 (참고3)
“금방 익숙해졌다”,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품”
전동 킥보드라는 틀을 벗어나 버리면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기준삼지 않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들어 고객들에게 다가갈 삼륜 폼팩터가 시장에서 ‘전동 킥보드' 라고 불리지 않는 순간 재밌어질 것 같다. 예를 들어 ‘전동 스케이트' 라는 이름으로 프로덕트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애플이 노트북을 던지고 맥북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포지셔닝했듯이. 머케인이 역삼륜 제품에 ‘트랜스보드' 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도 혹시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어 들기도 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