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추에 진심인 사장님
우리나라에 전통주가 있듯 일본에도 사케와 소추(쇼츄)라는 전통주가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안동소주’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주의 본고장이 안동이라면, 일본의 소주 본고장은 가고시마다. 즉, 가고시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꽤나 늦은 밤 9시 30분쯤, 구글 지도에 소추 바를 검색했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소추 바는 몇 없었다. 둘 중 한 곳을 방문해 보았는데 입구에는 이런 표시가 붙어 있었다.
‘잠깐 자리를 비웠으니 용무가 있으면 전화를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내가 전화가 가능할 리가. 아쉬운 마음에 가게 문 앞을 서성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종내에 시간을 보낸 곳은 두 곳의 검색 결과 중 다른 한 곳인 ‘센주’라는 소추 바였다. 조금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듯하지만, 후기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도 후기 사진들에 소추가 정말 많이 보였다. 돈 좀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결국 들어갔다. 통상 술집들과는 조금 다르게,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상가의 계단을 올라가니 소추 바가 눈에 들어왔다.
번화가 2층에 자리한 소추바
들어가보니 정말 많은 소추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가격이었다. 계단을 오르기 전 ‘혹시 안주를 주문하지 않고 소추만 마셔도 되냐’는 질문을 파파고에 적어 두었다. 화면을 조심스레 보여 드리니, 사장님이 오케이 오케이 괜찮으니 여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어디서 왔는지 묻고는 한코쿠, 한코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내가 앉은 자리 오른쪽에는 다른 손님들이 계셨다. 세 분이 계셨는대, 40대정도 돼 보이셨다. 손님 세 분도 오~ 한코쿠 한코쿠 하며 동조한다.
한국인이 신기하긴 하죠
한국인이 혼자 뭔가 40대들이 올법한 소추 바에 와서 소추를 홀짝이는게 신기했나보다. 그러면서 또 소추를 막 찾아대고 뭔가 MZ스러운 병에 담긴 소추를 눈치보면서 먹고 있으니, 내 오른쪽 세 분이 내가 마시는 모습을 웃으며 쳐다본다. 바텐더 사장님도 나를 쳐다본다. 빙그레 웃고 있는 표정의 세 얼굴이 나란히 앞사람 머리 너머로 보이는 이 그림은 무슨 만화에서나 나올법했다. 얘가 이걸 먹고 무슨 말을 할까 굉장히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연기하듯 뭔가 조신하게 눈치를 보는 척을 했다. 그리고 샴페인 글라스에 따라진 소추를 홀짝 하고 조용히 사람들을 글라스 너머로 힐끗 쳐다보며 “음~” 소리와 함께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다들 한번 더 싱글벙글 웃는다. “소추 오이시? 소추 오이시?” 묻는다. 아 맞다 ‘오이시’가 ‘맛있다’였었지. “오이시 오이시. 스게 스게!” 하니 사람들도 다같이 하하하 스게 스게 하며 웃는다.
한국 어디에서 왔냐, 일본에는 지금 얼마나 있었냐, 뭐 타고 왔냐 이런 여행자에게는 어찌보면 익숙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고, 배를 타고 넘어와서 여러 도시들을 돌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짧은 여행이 아니면 이렇게 할 얘기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도시들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고 있을 때, 사장님이 매장 구석으로 가시더니 책 네 권 정도를 가져오셔서 나와 오른쪽 손님 사이에 턱 놓는다. 뭔가 했더니 일본 전도였다. 오른쪽 손님들이 지도를 받고는 와르르 웃는다. 손님들은 곧이어 일본 전도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같이 나온 페이지를 펼쳐놓고 본인이 사는 일본 지역과 비교하여 서울-부산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세 분이 가족여행 중인 것이냐 물었다. 셋이 박장대소한다. 가족 여행이라면 누가 부모고 누가 자식인지를 두고 토닥대는듯 했다. 셋은 오랜 친구라고 한다. 나이는 모두 40대 초반. 이곳 가고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둘, 한 명은 오이타라는 지역에서 온 친구였다.
그런데 손님이 이 소추 바는 어떻게 찾았냐고 묻는다. 구글 지도에서 소추를 검색했는데, 발견된 매장 두 군데 중 한 군데가 여기였다고 이야기했다. 분위기상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냐, 소추를 좋아하냐고 사장님께서도 여쭤보신다. 때마침 내가 먹은 소추들의 가격을 물어보던 찰나였다. 다행히 가격은 잔당 5000원~6000원 선에 형성되어 있었다. 구글 지도상 가격이 상당히 고가로 나와 있어서 들어오기 걱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전반적인 매장의 분위기도 딱 올라와서 보니 생각보다 올드해서 걱정했는데, 어제 다른 바에서 먹었던 DIAYAME라는 소추가 너무 신기해서 오늘 제대로 된 곳에 와보기로 했고 장소를 너무 잘 찾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편 우측의 손님들은 소추보다는 맥주와 하이볼을 홀짝거리고 계셨다.
소추에도 MZ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인지 주류 소비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의 소형 양조장과 전통주업계는 주류시장 전체 크기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MZ를 사로잡기 위해 개성넘치고 세련된 패키징과 양산형 주류들과 다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일본 소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위와 같다. 한편 최근에는 소형 양조장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치 향이 강조되는 DIAYAME 소추의 패키징
내가 앞서 먹었던, 신기한 맛에 깜짝 놀랐다는 DIAYAME라는 소추도 패키징이 굉장히 세련되었다. 그래서인지 ‘세련된 패키징 = MZ감성’ 일 수 있겠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생긴 참이었는데, 또 신기하게도 사장님에게 과일 향이 강조되는 소추들을 추천받고 보니, 전반적으로 패키징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재료인 고구마 향이 강조되는 것은 어찌보면 한국의 참이슬이나 장수막걸리같은 ‘옛날 감성’ 인 것이고, 이런 산뜻하고 과일과 허브향이 강조되는 스타일은 ‘젊은 감성’인 것이다.
애플사이다 느낌을 주는 apple-rance
진득한 과일 느낌을 주는 MIYAGAHAMA
소추 그 자체뿐 아니라 먹는 방식에도 옛날 스타일과 요즘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소추를 먹는 방법은 8가지정도 되는데, 대부분 소추를 스트레이트로 먹는 대신 다른 액체와 섞어서 마신다. 따뜻한 물에 희석해서 먹는 것이 옛날 스타일이라면, 얼음과 탄산수에 희석해 먹는 것은 요즘 스타일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할법한 소추를 추천해 주시는 사장님
위 두 잔을 비우고 하나 더 추천을 부탁드리자, 사장님은 내가 독특한 향미가 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파악하셨는지 녹차를 넣어 양조한 소추를 추천해 주셨다. 먹는 스타일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던 것은 바로 이 타이밍이었다.
사장님은 이 소추를 와인잔에 얼음을 담아 서빙해 주셨다. 한번 마셔 봤는데 나는 향미가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차의 비린내가 멸치 비린내처럼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한 모금씩 마셔 보면서 쩝쩝대고 있었는데 따뜻하게도 한 잔 마셔 보라며 7:3 비율로 희석해서 한 모금을 마셔 보라고 권해 주셨다. 놀랍게도 쓴맛으로 뚝 끊겨버린 맛 뒤에 숨어있던 부드럽고 진한 차의 맛이 더 잘 드러났다.
아… 그게 더 좋은데요?
그리고 마지막 잔을 들이키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사장님께 ‘지금까지 먹은 것들과 완전히 대비되는 향미를 가진 소추를 추천해 달라’ 라고 말씀드렸다. 음 알겠다며 고민하시더니, 고구마 향미가 강한 것을 추천해 주시겠다고 하신다. 향미는 확실히 전혀 없었다.
‘타쿠라’ 라는 소추다.
번외로, 소추를 잘 먹는 것이 보기 좋으셨는지 간단안주 서비스들도 주셨다. 고추 절임과 와사비 말림이었다. 손님과 함께 계속 소추를 홀짝이시는 사장님이 본인 드시려고 항상 준비해 두시는 듯하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사장님이 안동소주를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다. 수많은 안동소주들 중에서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는 ‘진짜 원조’ 안동소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박재서 안동소주가 소추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니 한국에 수많은 소주들 중에, 한국인도 잘 모르는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를 도대체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계시는지를 여쭤보았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한국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일본에 오면서 한 병 사다 주었다고 한다. 술잘알이 술잘알에게 술을 선물했구나 싶었다.
손님 텐션이 이상한데요
끊임없이 자작을 해서 소추를 홀짝거리는 사장님과 오른쪽 손님들에 낑겨 도란도란 다음 여행지와 가고시마 명소를 추천받는 등 이야기를 나누며 소추의 맛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밤 12시쯤 되었나. 한 손님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손님은 비어있던 내 왼쪽 자리에 착석하신다. 사장님이 그 자리에 있던 약간의 짐을 주섬주섬 치웠다. 손님은 약간은 신나 보이시는 어떤 40대 아저씨였다. 아 그래, 정형돈을 닮았다. 말투도 정형돈이었다. 이하 정형돈 아저씨라고 하겠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요란하게 어떤 소추를 찾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뭐라뭐라 일본어로 말한다. 조용했던 바에 텐션이 팍 오른 손님을 보면서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사장님은 구석에서 투명한 두 개의 소추병을 가져오고 계셨다. 소추 두 병을 두 개의 잔에 순서대로 따르면서, 바로 옆에 앉은 내가 한국에서 온 친구라고 소개한다. 정형돈 아저씨가 놀란다. 그때부터 본격 얻어먹기가 시작되었다.
나에게 이 소추가 엄청나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 했던 것인지, 그냥 신이 나신건지. “This Sochu, 야바이, 야바이 소추”라고 소리쳤다. 일본어 야바이는 영어로 Crazy 라는 의미를 가진 듯 하다. 즉, 미친 맛도리 소추라는거다. 자기의 최애란다.
그런데 왜 두 잔이 한방에 나왔나 했더니 빈티지 차이였다. 한 잔은 2016 빈티지이고 다른 한 잔은 2024 빈티지였다. 정형돈 아저씨가 둘을 동시에 달라고 요청을 하신 모양이다. 아직 소주에 빈티지는 익숙하지 않아서 신기했다. 나도 그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어서 아까 주인장님께서 자신의 것을 한모금 주셨듯 한입만 달라고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이 정형돈 아저씨와 충분히 친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잔을 더 주문하신다. 아까처럼 이 소추가 최고라고 말한다. 브르스리라는 술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로컬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 본인 피셜 자기 최애라고 했던가. 최애가 두개냐고 물으니, 저 투명한건 미야자키 소추 중 최애이고, 브르스리 이놈은 가고시마 소추 중 최애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운이 길다
그러더니 넌 지금 무엇을 먹고 있냐고 묻는다. 내가 왜 여기에 오게 됐는지, 어떤 소추들을 먹어 보았는지 이야기했더니, 자기의 소울주도 한번 먹어 보라고 대뜸 이야기한다. 엄청 적극적으로 리액션한다. 그러더니 기특하다는 투로 이야기를 하더니, 자기가 사겠다고 한다. 내심 마음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이분이 취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일단 괜찮다, 괜찮다 만류했다. 그래도 정형돈 아저씨는 꼭 나에게 한잔을 사고 싶으셨나보다.
나는 예의상 적당한 타이밍에 마지못해 수락한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랬더니 저 ‘브르스리’라고 하는 소추를 한잔 더 주문하신다. 오른쪽 아주머니께서 왼쪽 정형돈 아저씨가 말씀하신 내용을 번역기에 적어 보여 주신다.
아무튼 나에게 술을 한 잔 대접하신 분은 나 덕분인지 술 덕분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소추 애호가 손님
하나 확실한 건 소주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 소주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참이슬 처음처럼 그런 것들 다 먹어봤는데 좀 달지 않니?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무래도 일본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과일소주를 먹은 것은 아닐까. 아 그것만은… 어쨌든, 정형돈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11월 1일은 소추의 날이라고 한다.
정형돈 아저씨는 내가 11월 1일에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군대에 가야 해서, 11월에는 한국에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다. 내가 일본에 없다는 사실을 굉장히 아쉬워하더니, 곧이어 군대와 관련해서 아쉬움을 토로한다. 자연스럽게 급 낭만적인 친근감을 표현하신다.
멘트 자체가 조금 이상해서 어.. 어어..? 싶었는지만, 사장님은 물론이고 내 왼 쪽에 계신 분도 와이프와 아이가 있다고 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정말 취하고 자기 아들같이 느껴졌는데, 일본 특유의 단어 선택들 때문에 번역기가 ‘낭만적’으로 작동한 것 같다.
어느새 잔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 이미 한 잔을 얻어 먹은 뒤였지만, 나도 흥이 올랐겠다, 또 “빨리 하나 더 골라봐!” 외치는 정형돈 아저씨에게 나도 사양하는 척 정도만을 간단히 했다.
“아 정 그렇다면, 이번에는 하나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타카타로’라는 소추를 추천해 주셨다. 패키징은 깔끔해 보였지만, 아사히 대형 양조사에서 만든 소추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형 조주사들에서 양조한 술들의 맛은 굉장히 천편일률적이지 않은가.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솔직히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이나 다 똑같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서 일본어 질문을 만들었다. 왼쪽의 남자분은 뭘 모르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번 먹어 보고 이야기하라 말씀하신다. 오른쪽 아주머니도 굉장히 가벼운 럼과 같은 느낌일 것이라며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너머와 그 너머의 두 분은 이번에도 머리 위에 머리들을 빼꼼 내밀고 이 상황을 지켜보며 활짝 웃고 계셨다. 와중에 바텐더 사장님은 이미 타카타로를 잔에 따르고 계셨다. 아 그럼 먹어 봐야지 뭐.
타카타로 소주
이외에도 놀랍게도 한잔을 더 얻어먹은 것으로 보인다. 근데 도대체 뭘 먹은거냐.
그래도 잘 찾아왔구나
여기에 언급된 소추들과 내가 마신 소추들은 대부부 가고시마산이다. 가고시마는 소추를 굉장히 많이 생산하는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찾아온 이 바 자체도 꽤 유명한 소추 바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일본 열도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TOP 3 안에는 들 것이라고 말했다. 뭐 그냥 하는 이야기겠거니 싶기도 했지만, 어디어디가 TOP 1일 것 같고, 어디가 여기와 비슷하게 TOP 2일것 같다 뭐 이런 느낌이었다. 무조건 여기가 짱이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믿을만할법하지 않나.
대충 세손가락 안에 든다는 말.
바 이름이 ‘선주’다.
선도(lead)한다는 뜻.
사실 이렇게 오래 마실 생각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급히 일을 처리하는 형을 방에 두고 10시쯤 밖으로 나왔다.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 30분이었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순간은 새벽 2시다. 지금은 조금 취해 있지만 다행히 재미있는 부분들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겼다. 덕분에 이분들과의 소중한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 듯하다. 아무튼 잘 찾아온 것 같다. 오른쪽 손님은 ‘좋은 가게에 왔어’ 라고 적힌 번역기 화면을 보여 주었다.
아참, 사장님이 스티커를 하나 챙겨 주셨다. ‘센주’ 라고 적혀 있기도 하고, 사장님 얼굴이 있기도 했다. 사람들이랑 다같이 내 갤럭시의 맥세이프 케이스 정가운데 동그란 스티커를 딱 맞게 붙이면서 한참을 웃었다. 돌아와서는 노트북에도 몇 붙였다. 알고보니, 내 오른쪽 앉으신 분은 이 소추 바에 자주 오시는 단골 디자이너였고, 이 스티커를 디자인해서 사장님께 드린 것이었다.
사진이 이 모양이다. 나는 그렇다 쳐도 멋지고 유쾌한 사장님과 정형돈을 닮은 아저씨가 너무 망가졌다. 하지만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 아쉽긴 하지만 뭐 이정도만 되어도 내가 이 장소를 기억하기에는 충분하다. 오른쪽에 계시던 분들에게도 인사를 남겼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보아하니 단골 손님들이신 것 같고, 사장님과 팔로우를 해 두었으니 언젠간 감사인사를 드릴 날이 오겠지.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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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데 반영된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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