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읽으며 이 메모를 작성해야겠다는 영감을 받았던 순간, 나는 공군 훈련소에서 ‘훈련단장’이라는 사람이 대대에 출현한다는 소문에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움직이는 소대장들과 조교들을 보고 있었다. 이들은 심지어 훈련단장이 “요즘 생활은 어떤가?”라고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해 메뉴얼까지 알려 주느라 정신이 없다. 교육생들은 11월 말이 되어서야 찾아온 추위에 떨어진 단풍 낙엽과 은행 열매들을 치웠다. 훈련단장은 공군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픈 마음에 방문했는가, 단순히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것을 하기 위해 방문했는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후자에 가깝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것이 꼭 군대라는 조직에 국한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조직의 이사가 사무실에 온다는 이유로 열심히 바닥을 닦고 바쁘게 일하는 척을 허둥대는 회사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다. 혹시라도 만약 훈련단장의 순시가 정말 훈련소 교육생들의 현실을 두 눈으로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훈련소를 이끌어가기 위한 시간 소비였다면, 책에 아래와 같이 표현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임원과 더더욱이나 다를 바가 없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는 회사와 자기 자신의 삶을 보상 체계를 통해 엮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엮여 있는 리더가 ‘단계5’라는 소양을 갖춘 리더라고 정의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깔끔한 개인실에서 조직의 구성원들과 격리돼 일하는 것은 회사의 실정과 나를 정신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고 깨끗하고 널찍한 사무실은 나의 회사가 이미 이뤄야 할 것을 이미 다 이루었다는 무의식적 단서들을 제공한다. 극단적으로 좋은 영감을 주는 뉴코어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싶다. 사무실은 좁고 협소하게 쓰고, 임원일수록 사무실의 중앙에 책상을 두고 일해야 한다. 특히, 임원일수록 무의식적으로 이 회사의 실존에 대해 갈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성수동 골목 반지하부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사무실 건물까지 다녀 본 것 같다. 컨테이너같은 곳도 있었고, 한 층이 아예 놀이터인 독채 사무실도 있었다. 가장 혁신적이고 속도가 빨랐던 곳은 동기의 자취방처럼 칙칙하고 형광등 하나 나간 - 리모델링도 안 된 장소에서 위아래 안 가리고 부둥켰던 장소였다는 것, 심지어는 인터럽트가 많고 정신산만하다는 불평까지 나왔던 장소였다는 것이 꼭 우연일까. 스스로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꽤 어렵겠지만, 내가 성과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에서는 사무실 정중앙에서 가림판을 모두 치워 버리고 일하겠다. 편안한 환경은 집으로 만족하자.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을 보관해 두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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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과거의 어떤 원자적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들었는지 연결하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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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협소한 사무실은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회사에 실존적 위기 극복을 위한 동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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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이 어떤 생각으로 발전되거나 이어지는지를 작성하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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