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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r.aa5_3.8. title: 재석이형의 걱정을 덜기 위해 재석이형이 고민해주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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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 건 지난주 one on one 을 할 줄 알았을 때, 그 전에 형의 고민을 듣고 준비하게 됐었던 생각인데 늦게라도 공유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주제는 재석이형의 고민을 덜기 위해 재석이형이 고민해주면 좋을 것 같은 것들과 내가 생각한 이모저모야.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벌써 두 달 전인 12월 2일에 동은형과 다같이 컨센서스를 맞췄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걸 잠깐 되짚어 보면 (참고5)
1.
작은 시장은 아니지만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성장이 더딜 시장이다. 성장세가 작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되어 있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2.
한국에서 킥보드는 갈등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미워한다. 하지만 기술로써 이러한 불편을 해결한다면 시장은 다시 성장할 수 있다
3.
이 기술은 국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야 한다. 국내에 머물러 있으면 자율주행 디바이스 판매가 아닌 자율주행 운용을 통해 얻는 운영비 절감 효용은 적을 수 있다
4.
우리의 비전은, "기술을 통해 미움받는 킥보드를 다시 끌어올려 교통 수단으로써 인정받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있었어. 그리고 이외에도 운영비 절감이나 고객맞춤 서비스 등 당연히 생각할 만한 것들도 우리가 이것을 하는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잖아. 어쨌든 가장 중요한건 이 모든 요소들이 전부 위 표에 녹아들어 있는거야. 정체되어 있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 운영비 절감하는 거는 경제적 가치에 해당할테고 킥보드를 교통수단으로 만들고 사랑받게 하는건 비경제적 가치에 해당하겠지?
나는 우리가 하는 문제를 위 그래프처럼 구조화해 보았어. 형의 걱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기 위함이야. 이걸 내가 하는 것보다는 형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나보다 더 똑똑한 형이 하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일것같지만 생각을 도와서 프로젝트가 올바른 것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어.
킥보드를 사람들이 너무 안탄다면 그냥 이 프로젝트를 접는 게 낫겠다는 형의 생각대로 (참고3), 프로젝트를 던져버리는 경우를 모델링해보면 위 그래프와 같을 것 같아. 실험결과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때 동은이형이 “성패의 기준을 미리 잘 정의해두는 것이 중요하겠다" 라고 했잖아. 그만큼 어차피 미리 고민해보아야 할 요소들이라고 생각해. 성패는 그냥 수요-가격 곡선으로 쉽게 모델링해볼 수 있어. 가격을 아무리 낮추고 공짜라고 트래블택 걸고 A자 입간판 세우고 난리 쳤는데 사람들이 일정 기간 내 일정량 이상 안타면 실패겠지.
여기까지 고민했으면 당연히 이걸 고민하게 될 것 같아. 변동성이 무척 크겠지만 재석이형이 충분히 미리 고민해볼 수는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형은 킥보드시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회사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근데 만약 실험결과로 얻은 기대치가 저 위에 있는데 리소스를 안 쓴다는건 그냥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가만히 시간이 간다고 해서 팩트가 더 수집되는 것은 없으니까. 그런데 또 킥보드만이 다는 아니다. 이건 킥보드만 생각했을 때야.
길바닥에 널부러진 킥보드 문제를 푸는 일, 재배치 문제를 푸는 일, 사람들 앞에 킥보드를 대령하는 일 등 킥보드 관련된 문제를 풀면서 얻게 되는 가치를 제외한 모든 가치들을 yothery^{other} 이라고 정의
재석이형이 지난번 밥을 먹으면서 말했듯 <킥보드 말고 다른 문제를 풀까> 를 고민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무척 의미있다고 생각해. 형 생각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피벗일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계속 말하지만 나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문제를 푸는 일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문제이든, 자율주행 킥보드 문제를 푸는 일과는 완전히 다른 태스크라고 생각해. 자율주행팀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야 (참고6). 나랑 준서가 모질이라는 게 아니야. 다른 기업들에 비해 우리의 맨파워는 하염없이 부족하고, 회사차원에서 자율주행팀에 쏟는 리소스가 자율주행 기업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것도 팩트야. 솔직히 AI 바우처사업같은 정부지원사업 넣기도 좀 많이 쪽팔려. 그래서 정말 객관적으로 우리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디어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상속받을 뿐이야 (참고6). 즉, 우리가 다른 문제를 푸는 순간 해당 도메인의 상상도 하지 못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나타날거야. 이러한 이유로 나는 <킥보드 문제를 풀다 보면 나타나는 부산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해. 심지어, 이걸 고민하면 형이 가졌던 의문인 “삼륜 킥보드 이용량" (참고2) 과 상관없이 이 프로젝트가 더 매력적이게 느껴져서 얼마나 뚝심있게 밀고 나갈것인가를 더욱 확실하게 결정지어줄 수도 있어. 1년 전에 형이 지난번에 힐끗 말했던 거 생각나? HD Map 기반으로 갈거냐, 비전 기반으로 갈거냐를 정할 때였는데, 그때 HD Map 을 선택하면 무엇이 좋냐는 주제에 대해서, 나는 노브레인으로 “HD Map 을 우리 킥보드가 싹싹 돌면서 만들어두면 다른 회사가 쓸 수 있겠지?” 라고 던졌는데, 이 말에 반응하면서 그런 것 제안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어. 그런 고민이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
“삼륜 킥보드 이용량" 이 적더라도, 우리가 얻게 되는 기술력과 부산물이 만들어내는 가치들이 충분히 많은 경우에는 자율주행팀에 대해 더욱 리소스를 쏟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내가 생각한 부산물이 만들 수 있는 가치는, 3D HD Map 으로 데이터를 생성해서 배달로봇 등 인도 중심의 로봇들이 자율주행 태스크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 (참고4),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 소프트웨어를 온전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 (참고4) 정도를 생각해냈어. 형은 사업계획서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관련된 내용을 적어넣었고. 또 무엇이 있을까? 이걸 좀 고민을 해야할것같아.
내가 생각해낸 것들은 기술의 정도로 봤을 때, 원격제어와 자율주행 사이에 있는 부산물들인데, 킥보드에 원격제어 기능을 붙인 것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는 가치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몰라. 예를 들면 경찰과 협력해서 CCTV 가 되어 주는 것 정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민 촉구. 이건 PO 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진짜 이런 것까지 고민할 시간이 너무 모자라고 힘들음. 무엇보다 일단 나는 이런 일을 하려고 뽑힌 건 아님. 기술적으로 빠르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런 고민들이 끊임없이 괴롭혀서 힘들어. 재석이형에게 같이 이런거 자주 얘기해보자고 말하기도 솔직히 조심스럽지만, 형이 지금은 자율주행팀을 리드하고 PO 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런 고민에 대한 것들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시간이 어영부영 가지 않으려면 이것들이 당연히 미리 고민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형도 형만의 글로 함께 정리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쓴 글이 읽히는건지 잘 모르겠고, 모두가 글을 쓸 시간은 없을 것 같지만 나는 소통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고 더 잘 하고 싶어서 글을 써. 내가 쓴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피드백을 넣으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형한테 세그웨이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말로는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글을 형에게 보내줬었는데, 그것이 우리 자율주행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어. 이런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을 만큼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어. 3D HD Map 정도만큼만이라도 주의를 기울여서 읽어주고 피드백해주면 좋을 것 같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