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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프스에서 스키장을 가고 싶은 분들을 위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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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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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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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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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시험을 앞두고 차를 빌려 다녀온 5일간의 알프스 여행

들어가며

동계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전 언젠가는 꼭 한번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야지 마음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랑스에 도착하니 엄두가 나지 않을 뿐더러, 알아볼 여유도 나지 않더군요. 알아보는 리소스를 분담할 다른 친구들은 스키장에 큰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비용때문에 스키장에 가는 것을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그러다가 4월 중순이 됐습니다. 정말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5월 첫주(!)까지 여는 스키장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주가 남짓한 시간동안 사람들을 포섭하고 스키장에 대해 조사한 끝에 한국인 친구 1명, 인도 친구 1명, 터키 친구 1명 총 4명으로 구성된 렌트카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거 사람 구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안 했으면 정말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값진 여행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알프스 스키장 방문 팁을 글로 정리해 남기는 것은 찾아보면 한국 자료는 물론 외국 자료도 많이 없어 삽질을 거듭한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알프스 지역에 스키장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제 삽질 흔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스키장 선택

프랑스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지역들
한국이야 유명한 스키장을 손에 꼽을 수 있고 ‘스키장을 가자’ 라고 한다면 암묵적으로 경기도 동부 혹은 강원도의 여느 스키장에 가는 것이 국룰이지만 프랑스는 말이 다릅니다. 프랑스 동부, 중부, 남부에 큰 산들이 있어 이 모든 곳들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제가 스키를 타 보기로 마음먹은 쪽은 사부아 지역이었습니다.
사보에(알프스) 지역은 프랑스,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키 명소입니다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프랑스 동부는 전통적으로 ‘사부아(Savoie)’ 라고 불렸습니다. 사부아 지역에서 ‘꽤나 잘 알려진 스키장’ 만 해도 이렇게 많은 스키장들이 있습니다.
스키를 좋아하는 프랑스 친구에게도 칭찬을 받은 사부아 지역 스키장 리스트업
괜히 사부아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해당 지역 스키장에 갔을 때 보게 될 이 문양 때문입니다. 이 문양은 스위스나 덴마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키장 선택의 대전제

여러분이 하나 더 아셔야 할 한국 스키장과의 차이는 하나의 산을 하나의 회사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명리조트의 모든 리프트는 대명리조트 소유이고, 그 스키장에 인접해 있는 숙박시설은 모두 대명 리조트 소속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아닙니다. 1개의 산맥을 n개의 회사가 나누어 사용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스키장은 사부아 지역에 위치한 따니흐-발디세흐(Tignes - Val d’Isere) 스키장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하나의 스키장처럼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따니흐를 관리하는 회사와 발디세흐를 관리하는 회사, 두 개의 독립된 회사에서 관리하는 두 개의 스키장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부 슬로프와 리프트를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대 스키장이라고 불리는 용평리조트의 경우 리프트가 14개이지만, 따니흐와 발디세흐를 합하면 리프트가 무려 80개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따니흐-발디세흐 스키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할 것입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법칙들이 사부아 지역 혹은 프랑스 전역의 다른 스키장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글을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좌: 따니흐 홈페이지, 우: 발디세흐 홈페이지. 여름 홈페이지라 조금 더 푸릇푸릇하다.
그래서 각 홈페이지에서는 따니흐 리프트 패스를 살 수도 있고,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를 살수도 있고,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를 살수도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붉은색 점선분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리프트들입니다. 그리고 붉은색 닫힌 구불구불한 선 내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따니흐 지역입니다. 여러분이 따니흐 티켓만 샀다면 저 지역 외부에서 리프트 탑승이 불가능합니다.
설산을 다양하게 둘러보고 싶다면 통합권을 끊는 것을 권장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방문하려는 스키장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셔야 합니다. 하나의 산맥을 공유한다고는 하나 두 스키장의 중심지를 오가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차로 23분, 도보로 2시간 30분
온라인에서 티켓을 샀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당연히 리프트 게이트 문을 열 수 있도록 NFC 카드를 수령해야 합니다. 이때 따니흐, 발디세흐와 같이 여러 회사가 하나의 산맥을 공유하는 경우, 따니흐 홈페이지에서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를 산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발디세흐 홈페이지에서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를 산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이제부터 중요합니다. 따니흐 홈페이지에서 구매한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를 샀을 경우, 발디세흐 지역의 사무실에 가서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실물 NFC 카드를 수령하고자 한다면 발급이 불가능하거나 정말 오랜 시간을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프렌치 시스템…) 따니흐 홈페이지에서 구매한 따니흐 + 발디세흐 리프트 패스는 따니흐 지역의 사무실 혹은 그 앞에 위치한 기계에서 수령하세요.
모든 리조트들을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스키장 슬로프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무렵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조명을 설치하기 어렵고, 펜스가 없어 슬로프와 슬로프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 ‘프리 스타일’ 이라는 스키 스타일이 있을 정도인만큼 알프스에서 야간 스키는 없습니다. (있다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일부 슬로프는 조금 늦게 시작하거나 조금 일찍 폐쇄합니다. 2분만 지나도 칼같이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지도를 지참하고 동선을 잘 설계하세요.

고도 고려사항

3000미터 정도 되는 고도에 올라가니 확실히 숨을 쉬는데 뭔가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를 들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물담배같은 것이 폐 속에 슥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처음 높은 고도에 올라서 리프트에서 내렸을 때 살짝 어지러워 휘청했습니다. 다행히 제 경우에는 그뿐이었고 금방 적응됐습니다.
날씨가 따뜻하다면, 슬로프의 시작고도가 높은 스키장을 가세요. 심지어 비까지 내린다면 설질이 정말 나빠집니다. 스키장의 최고 고도도 중요하지만 시작고도도 중요합니다. 따니흐-발디세흐가 5월까지 여는 이유는 스키장 슬로프의 고도 시작점이 1천미터 후반대로, 다른 스키장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면 호흡에 민감하신 분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키장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시작고도/최고고도 고도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스키 비용 고려사항

특징
비용
포함
스키장
비수기 + 온라인
60 euros / 1 day
따니흐-발디세흐
스키의류
50 euros / 1 day
상의, 하의, 스키장갑
스키장비
비수기 + 온라인
15 euros / 1 day
헬멧, HEAD 스키, HEAD 스키부츠, 폴대
스키장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연히 모든 비용은 일반적인 성인 기준입니다. 스키장의 퀄리티: 제가 떠나갔던 따니흐-발디세흐는 프랑스의 스키장들 중에서도 프리미엄 스키장에 속합니다. 연속성: n일 단위로 끊는 경우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저는 2일만 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1일권을 2번 끊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영국, 독일, 스페인 국민들이 스키타러 놀러오는 것을 고려한 요금제도 있더라구요. 시즌: 완전 성수기, 준성수기, 시즌오프 사이에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큰 가격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스키복을 사서 입는 분들만큼 대여해 입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면 프랑스에서 스키 의류, 스키 장갑을 대여해주는 곳은 찾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스키장비를 대여하는 곳에서 옷까지 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키의류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하시며, 따니흐-발디세흐 저 넓은 곳 전체에서 딱 1군데만 알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 장소로 이동하여 스키복을 대여했습니다. 하지만 스키 장갑은 딱 두개 구비해두고 있었을 정도로 스키복 대여업은 메인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스키 장갑도 이 정도이기 때문에 고글을 대여해주는 곳은 그냥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한국에서 준비해 가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스키복 빌리는 것은 정말 피눈물 나더군요. 교환학생 짐배낭에 누가 스키복과 고글을 넣겠어요. 고글은 하나 새로 사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구름 낀 날이어도 알프스는 정말 눈이 많이 부십니다. 정말 사방이 하얀색입니다. 저는 이틀 내내 구름 속에서 스키를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고글로 가리지 않은 코와 입 근처가 타서 빨갛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스키장비는 반드시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 가세요. 예약 없이 현장에서 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부유한 집안의 인도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퀄리티의 장비 기준 비용은 약 3배였습니다. 너무 비싼거 아니냐고 사장님께 할인을 여쭤봐도 ‘어쩔 수 없다, 온라인 특별 가격이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경우 상당히 좋은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체험해볼 수 있으니 꼭 확인해보세요. 스키에 큰 관심이 없어 좋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훨씬 저렴하게 장비를 빌릴 수 있습니다.

기후와 설질 고려사항

장비 렌탈, 고도 이야기를 했으니 기후와 설질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보아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스키장마다 고도, 지형, 온도, 기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스키장이 언제 개장하는지, 스키장의 슬로프와 리프트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언제 폐장하는지 등을 모두 모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슬로프 고점과 저점 고도폭이 큰 스키장에 가면 고도에 따라 온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정말 실감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는 어느 고도에서부터 눈이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특히 빠른 겨울철이나 초봄에 스키를 타러 가는 경우 괜찮은 설질의 슬로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산의 고도를 선택하면 해당 고도의 날씨, 최고기온, 최저기온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스키장을 방문했던 5월 초의 경우 개장한 스키장이 따니흐-발디세흐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2023년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스키장 운영에 지장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았을만큼 성수기일지라도 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 스키를 온전히 즐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고도별로 기후, 최저, 최고기온을 제공하면 스키어 입장에서 꽤나 도움이 됩니다. 제가 스키를 즐겼던 날에도 낮은 고도에서는 비가 와서 도저히 스키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높은 고도에서는 눈이 쌓여 자연눈에서 스키를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이번 주에 스키를 타러 가는데 자신이 탈만한 슬로프의 고도에 비소식만 있다면 포기하는 것도 좋은 판단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키장에 가서 물이 냉각하는 고도보다 낮은 고도에 있는 스키 슬로프를 이용하게 되면 눈이 얼음 형태로 뭉쳐 존재하여 슬로프가 울퉁불퉁하고 주행감이 굉장히 안 좋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설빙 팥빙수 얼음이 아니라 얼음을 갈아 쓰는 옛날 팥빙수 질감이랄까요. 제가 스키장을 방문한 시기는 5월 초에 해당했기 때문에 고도 2400 미터 밑으로는 전부 다 옛날 팥빙수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기후조건이 훌륭하지 못했고, 시즌오프였던 터라 스키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리프트도 대기하지 않고 바로 탑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고도의 위치한 슬로프의 설질은 상당히 좋아서 누군가에게는 황금시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스키장에 함박눈이 오면 사람들이 신나서 스키를 탑니다. 하지만 알프스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눈이 오려면 구름이 많아야겠지요. 사부아 지역 스키장의 고도는 낮아야 1300미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슬로프가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을 가로지른다는 것은 스키어가 구름 사이로 지나다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눈이 오는 날에는 스키어가 그 구름 속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50미터 전방조차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뿌옇습니다. 위험할뿐더러 멋있는 뷰도 볼 수 없습니다. 종일 눈비가 오는 날은 스키장 방문을 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키장과 렌탈샵에는 ‘기후 보험’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약할 당시 기후보험을 들면 총 비용이 올라가지만 무료로 취소를 할 수 있는 옵션과 같은 것입니다.

교통 고려사항

장점
단점
이용법
차량
스키장까지 한번에 진입 가능.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는 경우 가장 저렴할 수 있음.
파리에서 출발한다면 6시간 이상 운전해야 함. 성수기에는 스키장 주차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음. 주차 가능한 숙소 찾을 것.
RentalCar
기차 + 버스
운전을 적게 해도 됨
기차가 생각보다 비쌈, 버스를 운영하는 시즌이 정해져 있음.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림.
SNCF Connect, 각 스키장 홈페이지 참고
기차 + 공유차량
운전을 적게 해도 됨
기차가 생각보다 비쌈, 공유차량을 찾는 것이 어려움. BlaBlaCar 시스템이 괴팍함.
SNCF Connect, BlaBlaCar
그 다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은 교통수단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5월 사부아 방문은 렌트카가 답입니다. 파리에 있다면 파리에서 렌트하시고, 리옹이나 니스 등 프랑스 동부로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시면 거기에서 빌리세요. 유럽에서 차를 렌트하기 위해 한 삽질은 별도의 글로 정리합니다.
스키장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차만 이용하는 방법이 첫 번째, 기차와 다른 무언가를 이용하는 방법이 두 번째 방법입니다. 첫 번째 방법대로 차량을 대여한다면 그냥 운전을 하면 되는 것이고, 파리에서 6~7시간정도 소요됩니다. 고속도로는 물론 산길까지도 작은 포트홀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포장 상태 덕분인지, 말도 안되는 굽이진 산길의 제한 속도가 80km/h 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렌탈차량에는 GPS가 탑재되어있지 않으니(탑재시 어마어마한 추가비용), USB케이블을 준비해 스마트폰을 차량과 연결해 사용하세요. 차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 여러분은 TGV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 스키장마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습니다. 지도상 가까운 것과 실제로 가까운 것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세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길을 찾는 것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TGV라는 기차는 애초에 굉장히 비쌉니다. 5월 초일지라도 여러분이 가고 싶은 시간에 가려면 편도 120유로까지도 낼 각오를 하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성수기에는 평균 가격이 훨씬 비싸집니다. 저는 TGV MAX라는 TGV 반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는데요, 이것도 쉽게 말해 소용이 없었습니다. TGV맥스의 장단점은 시간이 나는대로 별도의 글로 다룹니다. 아무튼, TGV를 탑승하는 경우에는 각 스키장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여 TGV 기차역에서 기차를 이용하여 어떻게 도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www.rentalcars.com
차량 렌트 견적비교 사이트
아래 지도에서 붉은색 지도 마커가 붙은 곳이 아네시(Annecy)입니다. 붉은 동그라미 원은 스키장 밀집 지역에 해당합니다. 학생을 위한 TGV 구독 서비스 TGV MAX 를 이용하는 경우, 파리 → 스키장 근처 TGV역 무료티켓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신 파리 → 아네시 무료 티켓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네시까지 TGV를 이용해 이동한 다음 BlaBlaCar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옵션입니다.
스키장이 크다 보니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는 분들은 스키장 내에서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제가 방문했던 따니흐-발디세흐 스키장의 경우 파란색 길(아래 지도)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 버스가 있었습니다. 5월 초에도 운영했고, 별도의 표 검사 등이 없어 이용은 편리했습니다. 스키보드 장비를 들고 탑승합니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길

스키장 설명서

앞에서 스키장 이용과 관련하여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한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날씨가 따뜻하면 높이 올라가라: 스키장 정상에는 눈이 오더라도 고도가 낮아지면 눈이 점점 비로 바뀐다.
2.
야간스키는 없다: 스키장은 아침 8~10시 열어 오후 4~5시에 닫는다.
3.
스키장이 정말 크다: 큰 스키장을 방문하면 하루에 모든 슬로프를 구경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풀타임으로 부지런히 돌아도 2일이다.
4.
지도를 챙긴다: 지도를 미리 모바일에 다운받거나 종이 지도를 챙긴다. 아침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보면 그제서야 익숙해질 정도이다.
5.
여러 개의 회사가 운영한다: 잘못된 슬로프로 진입하여 하강하면 다시 올라가는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동선 설계

길을 따라서 하강지점이 분포되어 있다.
한국에서 스키를 타면 보통 정상으로 가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거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거나. 그렇게 정상에서 시작되는 슬로프들은 다양하게 흩어졌다가 한 군데에서 다시 만나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바닥지점에는 모든 부대시설들과 모든 리조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프스 같은 경우에는 어떤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느냐에 따라 내가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이 달라집니다. 슬로프를 내려오는 중간중간에는 이 슬로프를 따라 타고 내려갈 때 어떤 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붙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몇몇 스키장의 경우에는 그 아랫마을들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다른 마을로 내려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 이런 버스가 있는지 모르고 어떻게 더 원래 위치로 돌아가려고 원치 않는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곤 했습니다. 이 버스는 스키 장비와 보드 장비를 모두 가지고 탑승할 수 있고, 5분~10분 간격으로 운행되기에 조금 귀찮음만 감수하면 됩니다. 마감시간에 맞추어 숙소와 가까운 슬로프로 이동하기 위해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초급자 주의

멋진 배경의 설산, 그리고 터널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사람 두 명이 어리둥절 서 있습니다. 저 사람들 앞에 놓인 검은 파이프의 정체는 슬로프 중간에 반대쪽 산으로 넘어가기 위해 사용되는 터널입니다. 저 구멍에 들어가려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보니 막혀 있어 사람들이 벙쪄 있는 것입니다. 저 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최상급자 슬로프를 활강해야 합니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쪽으로 올라오는 리프트를 탑승하는 곳에 ‘터널 막힘’ 이라고 쓰여 있었던 모양이지만 프랑스어로만 쓰여 있었습니다.
이런 상홍은 최상급자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는 사람에게는 몰라도 초급자에게는 정말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갔던 친구들 중 일부 슬로프가 문이 닫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급자 슬로프로 걸어 내려가야 하는 상황을 직접 겪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도 잃어버렸구요.) 이런 점에서 스키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경우 동선 설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동선을 올바르게 설계했다고 하더라도 스키를 위해 일부러 산을 깎는 경우보다 산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초급자 슬로프 전체 구간이 완벽한 초급자 수준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는 완전 반대로 중급자 이상의 슬로프임에도 불구하고 경사가 전혀 없어 낑낑대며 스키를 밀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동일한 슬로프를 여러 번 타는 경우 어느 부분에서 평지가 있는지 기억하여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활강해 보는 슬로프의 경우 이렇게 힘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놀라지 마세요.
위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슬로프에 명확한 경계 같은 것은 없습니다. 폴대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알잘딱 하면 됩니다.
리프트 대신 막대기 하나만 대롱대롱 매달려 움직이는 방식의 리프트도 있습니다. 두려워 말고 가랑이에 끼시면 됩니다. 땅바닥에 스키가 붙은 채로 이동하기 때문에 스키 제어가 어려운 초급자는 이용이 어렵습니다.

숙소 이용 주의사항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비수기에 에어비앤비 혹은 아고다 등을 이용해 저렴한 숙소를 잡게 되는 경우 청결상태와 관련된 이슈 발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희 그룹은 4인기준 100유로 정도(14만원)의 숙소를 두 번 이용했습니다. 두 숙소 모두 침대 시트가 제공되지 않았고, 먼지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더러웠습니다. 한국인인 나를 포함해 터키 친구와 인도 친구까지 어떻게 이렇게 숙소가 더러울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차라리 차에 가서 자겠다는 뭐 그런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냥 유럽 사람들이 다 이렇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스키장에서 멀리 떨어진 또다른 저렴한 숙소에 도착했을 때 너무나도 쾌적한 숙소 덕분에 모든 프랑스인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하하)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던 침구류 상태
다행히 에어비앤비측에 연락하여 이틀 중 하루 숙박을 환불받고 추가 쿠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에어비앤비가 여러분이 숙소의 청결상태를 확인하고 환불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먼 거리를 이동해 도착한 숙소가 더러워 다른 숙소를 찾아야 되는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리뷰를 충분히 확인하고 숙소를 선택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상황을 피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데미지를 경감시키기 위해 체크인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숙소 상태를 확인하여 에어비앤비에 신고할 시간을 충분히 갖추시길 바랍니다. 성수기에 비해 비수기에는 관리가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마치며

믿고싶지 않지만 알프스의 자연눈 적설이 희귀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인간이 온난화에 훌륭하게 대응해 낸다고 한들 지구는 한순간에 회복되지 않으므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자연눈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외 스키장 방문을 위해 고려할 것이 정말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1월~4월 프랑스를 경유하실 예정이라면(이 구릴 때 왜 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맨날 비만 오고 흐려 꾸리꾸리한 파리를 거니는 대신 스키장을 방문해 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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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데 반영된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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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렌트카를 빌리는 일은 정말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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