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

1_4_1_5.2. title: 앙드레 말로의 소설 <인간의 조건>에서 기요가 생각하는 사랑의 본질은 죽음을 나누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 독후감)

생성
🚀 prev note
🚀 next note
♻️ next note
14 more properties
이 <인간의 조건> 이라는 책의 내용은 상당히 난해하다. 책의 이름에 혹해서 함부로 집어들었다가는 후회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중국 혁명이라는 정말 복잡한 시대 상황 속에서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매우매우 클로즈업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둑어둑한 분위기 속에서 삶의 가치가 무엇일지 고뇌한다. 책에 등장한 다양한 서사 속에서 인상깊은 인물들이 몇 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이상주의적 사상에 대해 의미를 추구하는 기요와 예쁘고 똑똑한 아내 메이를 둘러싼 사랑이다.
기요가 추구하는 사상이 어떠한 사상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기요의 사상을 그냥 ‘성공해야 한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따위의 21세기 사람들이 흔히 가질법한 가치 - 비록 가치의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고 하더라도(from4) - 를 투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요는 - 그리고 오늘날의 사람들은 -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죽을 위험까지도 무릅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기요는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참고1).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달성을 위해 죽을 위험을 감수하는 기요를 보는 아내 메이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메이는 ‘남편이 어차피 어쩌면 바로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짧게나마 느꼈고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요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아래는 작중 메이의 대사이다.
대사에 나타났듯 메이는 육체적 욕망과 사랑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메이의 이야기를 들은 기요는 겉으로는 태연하고 이해하는 척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크게 고민에 빠진다. 육체적 결합을 통해 남자가 여자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사람은 사람을 소유할 수 없다(참고2). 이를 기요도 잘 알고 있다(참고4). 그렇다면, 본인이 위험을 무릅쓰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메이를 소유할 수 있다고 해봤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럼 어떻게 메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참고5)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요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불쾌함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고뇌는 사랑의 본질이 무엇일까 고민하던(from1) 나에게 특히 와닿았던 것 같다. 사랑은 육체적인 결합인가? 그렇다면 죽어서도 유의미한 사랑은 없다. 그렇다고 사랑은 윤리적인(혹은 플라톤적이라고 불리는) 무언가인가? 적어도 육체적 관계를 강조하는 오늘날의 진화심리학자들(from3)과 기요(참고6)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데 만약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과학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답을 기요의 심리 묘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고민하던 기요는, 줄거리상 목숨을 잃기 바로 전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함께하기로 마음먹는다.
메이는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기요를 따라가겠다고 간청한다. 기요는 메이를 매몰차게 뜯어말리고 길을 나서지만, 가던 길을 돌아와 메이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이는 기요가 강요한 것도, 메이가 죽음으로 이끌고 들어간 것도 아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말 그대로 죽음을 나누는 것이었다.
책 <인간의 조건> 에 대한 대다수 해석들이 기요와 메이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다. 메이를 ‘순정만화 주인공' 정도로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참고8).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소설 400페이지 내내 대사 중간중간 총소리에 대한 전지적 작가의 서술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언제 어디서 죽어도 전혀 놀라지 않을 시대적 혼란 속에서, 죽음과 함께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질지 모르는 허무한 상황 속에서 메이라는 인물의 존재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다.
1920~1940년대를 다룬 이 소설로부터 딱 10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작중 배경같이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죽어나는 세상에서는 ‘삶의 의미’ 라는 것을 추구하기 어렵다. 당연히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2020년 현재는 여기에서 한 발 벗어난 듯 싶지만서도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자’ 라는 구호 아래 등장한 YOLO 문화, 돈을 벌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세대를 내포한 ‘n포 세대’ 같은 단어들은 이시대 청년들을 대변하며 허무주의의 계보를 잇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허무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총 대신 ‘성공’ 이나 ‘영향력’ 과 같은 가치들에 목숨을 건다.
나는 아직도 상당히 허무한 이 시대에 살면서 아직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나의 가치를 정의하려고(from5) 고뇌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가치에 항상 사랑이라는 존재가 끼지 못하고 껄그럭거렸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나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에 대해서 고뇌하여 자신들만의 답을 내린 - 특히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한 - 기요와 메이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앙드레 말로가 인간의 내면을 들춰보며 사랑이라는 누구나 가지는 조건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
1.
None
from : 과거의 어떤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들었는가?
1.
3.
5.
supplementary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가?
1.
None
opposite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과 대조되는가?
1.
None
to :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이 어떤 생각으로 발전되고 이어지는가?
1.
None
참고 : 레퍼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