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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1_1. title: 사람을 잊고 멀어지는 것이 아쉬운 마음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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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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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멀어지는 인연의 모든 분들께. 졸업을 맞는 모든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특히 처음으로 16년간 익숙했던 ‘학교’ 라는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 삶을 살아갈 분들에게... 편지 겸사겸사 속마음 이야기 최근들어 한 사람 한 사람 졸업을 한다는 소식, 한 사람 한 사람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어요. 저도 무뎌져서인지 소식을 들은 딱 그 순간에는 별 감회가 없다가도 또 캠성 넘치는 시간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드는 생각이 있어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들, 공간들, 분위기가 떠오르는 거에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의 고리가 끊어지고 그때만의 분위기를 잊어버릴 것 같다는 걱정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런 감정을 매해 조금씩 느껴 왔지만, 올해는 특히 함께 입학한 친구들 또는 한 해 선후배들이 졸업을 맞는 해에요. 벌써 2년쯤 다닌 회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경험을 하는 최근에는 특히 더한것 같아요. 누군가는 ‘뭐, 장후는 나랑 많이 친하지도 않았는데..’ 싶을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제게는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쳐 서로를 알아보고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던 순간조차도 소중하게 남아있곤 해요. 딱 그 순간 창 너머로 넘어 들어오는 햇살의 포근함까지도 꼭 기억하고싶은 마음,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싶은 그 마음을 다들 알랑가요? ㅎ 나누었던 모든 이야기들과 모든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해 속상하면서도 심지어는 잠깐 팀플에서 만났다거나 지나치며 종종 마주쳐 안면식이 있을 뿐인 사람이더라도 역설적으로 그 사람과의 찰나의 순간들이 떠오르기에 마음을 추스릴 수 있습니다. 참 피곤한 스타일이죠?
그래서인지 ’멀어지는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흘러가는 인연에 연연하지 말아라’ 라는 흔한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요.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고, 선물 하나씩 안겨주지 못하고, 상대에게 나는 인상깊지 않은 사람일까봐 연락조차 하지 못하기도 해서 미안하고 슬퍼요. 저를 어떻게 기억하든, 앞으로 만나지 못할 사람이든,저와 갈등했던 사람이든, 저는 미워하지 않을래요. 항상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요. 2년씩이나 휴학을 하고 창업과 취업을 경험하며 유랑하다 보니 사람을 떠나보내는 행사인 졸업식같은 자리에서, 몸뚱이만이라도 근처에서 얼쩡거려주지 못했어요. 떠나가는 친구에게 이런 아쉬운 마음을 1% 도 전달하지 못하는 제가 바보같아요. 몇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글을 지어내거나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할 줄 아는 문학가나 달변가가 아니란게 이렇게 아쉬울수가요.
대학에 들어온 2018년부터, 딱 4년밖에 흐르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여러분들과 함께한 작은 시간들과 공간들이 이렇게 저를 가득 채웠습니다. 인간의 뇌는 150명의 인간과만 유의미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해요 (Dunbar's number). 근대 지성인이기에 뇌의 한계를 뇌로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마음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가까이에서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 자체가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록이 있다면 이런 한계를 간접적으로 회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제 앨범, 캘린더, 지도, 노트는 어느새 무언가로 가득 찬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는 이 지도와 캘린더에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계시고, 누군가는 딱 지도마커 하나 일정막대 하나만을 공유하고 계실거에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가리지 않고 평생 가져갈게요! 다들 학교를 떠나서도, 회사를 떠나서도, 가식 하나도 없이 진심으로 가끔은 보고 싶을것 같아요. 기록을 돌이켜 보다가 님 생각이 탁! 났을 때 소소하게 그리워하고 조금씩 응원할게요. 그러다 급발진해서 연락을 할지도 몰라요. 뜬금없이 연락하면 ‘얘가 돈을 빌리려고 이러나? 무슨 꿍꿍이지?’ 대신에 ‘얘가 인류애가 또 도졌구나’ 하고 받아주세요 그리고 비슷한 마음이 들때면 편하게 연락해 주셔도 좋겠네요. 결론은, 작은 인연으로라도 등장해 주셔서 고맙고 모두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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