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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본 이야기, 그리고 처음 볼 때 덜 재미없게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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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08:45
last edited
2023/07/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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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쉬움
이과: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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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유로짜리 티켓
프랑스에는 오페라라는 역이 있다. 이름이 시사하듯 오페라 극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역에 내리면 오래 되었지만 굉장히 화려해 보이는 아주 멋진 건물 오페라 가르니에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소는 현재 발레 극장으로만 사용이 된다. 모든 오페라 공연은 새로 지어진 오페라 극장인 바스티유에서 열린다. 그런데 멀쩡한 오페라 극장을 두고 왜 새로운 오페라 극장을 지었을까. 이것은 오페라라는 공연이 만들고자 하는 무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바스티유 복도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에 클래식을 비롯한 음악 공연에 진심인 형이 하나 있다. 이 형은 공연들을 보고 와인을 실컷 마시기 위해 프랑스에 놀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이 내게 함께 오페라를 보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흔히 선택하는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140유로(21만원)씩 지불해야 하는데, 29세가 지나지 않은 청년들은 단돈 35유로(5만원)만 내고도 140유로에 준하는 수준의 좌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회유했다. 물론 남는 표를 정찰가로 사는거다. 그런데 항상 비싼 좌석이 남기 때문에 비싼 좌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비싼 자리 가는 길
그렇게 『햄릿』이라는 오페라를 보게 되었다. 오페라 무대를 눈으로 본 지 몇 년이 지났는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잘 알려진 음악 장르는 아니지 않은가. 『햄릿』의 줄거리라도 잘 알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오페라 극장에 가는 길에서부터 자리에 착석하고 막이 오르기까지 줄거리를 읽고 여러 해석들을 참고했다.
오페라는 긴 듯 짧은 듯 끝나 버렸다.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옆에 있던 형님도 ‘와 진짜 대박이다’ 를 몇 번 읊조리더니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 이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인상깊었던 것일까. 나는 그냥 덩그러니 앉아서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쳤다. 감동 없는 박수를 칠만큼 공연이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별로인 공연을 유럽에서 가장 큰 오페라 극장에서 열 리가 있나. 이런 장르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 지 몰랐던 것 같다. 영화라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그래비티』 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영화들은 너무 어려운 것처럼.
오페라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왜 해당 극을 잘 즐기지 못했을까. 우선 오페라는 『햄릿』의 원래 줄거리를 따라가지 않았다. 이 형의 말에 따르면 극을 모티프로 삼은 오페라는 극상 줄거리의 80% 이상을 절삭해 버린다고 한다. 특정 장면에서의 감정을 노래하기 위해서일까.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햄릿』의 줄거리 요약. 극에 반영된 부분은 딱 밑줄 친 부분 정도.
시대적 배경도 동일하지 않았다. 『햄릿』의 시대적 배경은 12세기다. 막이 오르고 관객의 눈에 비친 공간적 배경과 소품은 현대적인 병원과 텔레비전이었다. 극장에는 영어 자막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그 표현들과 문법들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내용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사용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것도 모르고 스토리를 따라가기 위해서 자막에 집중했으니 당연히 신경을 온통 다른 것에 쏟아버린 셈이다.
막이 닫힌 모습
그래도 꽤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연출이었다. 무대의 막이 올라가기 전까지 이 클래식에 진심인 형은 귀가 따갑도록 연출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 극을 보기 전에는 ‘연출이 도대체 뭐 어떻길래 이렇게 난리를 치는건가’ 싶었다. 내가 상상하는 오페라의 이미지는 대충 종이같은 것들 잘라 붙인 만화같은 소품들이 여기저기 서 있고, 노래를 잘 하는 두세명이 나와서 디즈니의 영화들처럼 노래와 과장된 연기를 하는 예술 장르였다(참고1, 참고3: 실제로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왜 오페라에서는 80%의 줄거리가 절삭되어야만 할까?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뮤지컬, 음악과 함께 전개되는 디즈니의 작품들의 경우, 많은 줄거리와 복잡한 내용을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장면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오페라에서도 레시터티브(Recitative)(참고6)를 이용해 줄거리를 전달할 수 있지만, 오페라의 경우 아리아(Aria)(참고7)가 강조되어 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음악과 극적 표현이 훨씬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참고2, 참고5).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을만한 아래와 같은 동영상들도 오페라의 아리아이다. 초보자로서 오페라를 즐길 때에는 이런 상황과 감정의 음악적 전달에 초점을 맞춰 즐겨보도록 하자.
Nessun dorma SUBTITLES in ENGLISH and ITALIAN
Puccini-Turandot-Nessun dorma SUBTITLES in ENGLISH and ITALIAN
서로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내면 자신이 죽게 되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 둘 다 비극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무대는 최첨단으로 움직였다. 막이 내려지고 막이 올라갈 때마다 수많은 소품들이 추가되거나 제거되고 배경이 주는 배경들도 빠르게 전환되었다. 노래에 집중하고 있는 배우 겸 가수가 서 있는 바닥은 전동 레일이 옮기며 무대를 자동으로 세팅했다.
극 하나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
등장인물도 한두명이 아니었다. 때로는 40명정도가 우르르 나와서 저마다 다른 옷들을 입고 소품들을 들고 이구석 저구석에서 다들 꼼지락댔다. 몇몇은 대화를 나누다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누구는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구는 같이 노래를 불렀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구나 나는 자막도 봐야 하지 않는가.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파리의 옛날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 의 천장 조명이 떨어져 그 밑에 깔려 죽은 관객이 극장 특정 구역 자리를 요구하는 유령이 되었다는 루머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이자 뮤지컬이다. 물론 천장 조명이 떨어져 사람이 죽은 것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참고4).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 조명
앞서 언급했듯 뮤지컬은 오페라와 다르게 음악과 독립적으로 대사를 할 수 있으므로 조금 더 많은 스토리들이 전개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참고2, 참고5).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오페라의 유령’ 의 줄거리에 나타난, 천장 조명이 달려 있던 천장과 유령이 요구하던 오페라 가르니에의 좌석을 확인할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 요구하던 좌석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수많은 소품을 가지고 특정 배경 아래에서 연기하고 노래해야 하다 보니, 1800년대에 지어진 오페라 가르니에라는 오페라 역의 건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오페라를 위해서는 이런 최첨단 무대장치와 이를 고려해 설계된 널찍한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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