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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2_1. title: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제너럴한 창의력과 스페셜한 창의력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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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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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을 상상해 보라고 한다면 종종 어린이같이 천진난만한 아이디어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나홀로 집에> 의 Kevin 이나 다방면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르네상스 시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로 굉장히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며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아인슈타인이나 워런버핏같은 귀재들을 떠올린다(sup1:특히 인상깊은 사람들). 이렇게 창의력에 대한 인식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다 정량적으로 창의력을 정의해보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창의적인 사람의 표본이다.’ 라는 정의는 어떤가. 이 사람들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창의력 끝판왕이라고 치고 진행된 전제 하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주제에 대한 몰입 즉, 지속적 주의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사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창의력의 열쇠였다고 한다 (참고1).
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여러 가지의 관심사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이다.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통해 자신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느끼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한 우물만 파라’ 혹은 ‘하나의 일에 몰입해라’ 와 같은 맥락의 말들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종종 좋은 조언을 주시는 박기호 교수님께서도 멀티태스킹을 굉장히 경계하셨고 (참고3), 워런 버핏도 25개의 우선순위 중 5개를 제외한 20개는 방해요소일 뿐이라며 ‘제거의 힘’ 을 강조했다 (참고4).
나 또한 이 글을 처음 작성할 당시(@6/20/2021) 멀티태스킹 작업 흐름으로 인해 실제로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두 개의 회사(헬로콕, 디어) 사이의 업무 전환이 첫 번째 스트레스였고, 하나의 회사 안에서도 작업 흐름이 자주 뒤바뀌는 - 예를 들어 <주제 A 를 진행하다가 잠깐 짬이 나면 B 를 진행하고, A 를 진행하기 전 진행했던 작업 C 는 잊혀져 C 를 하며 공부했던 내용이 모두 소멸돼 버리는> -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두 번째 스트레스였다.
우선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작업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현재 관심사와 태스크에서 다른 관심사로의 전환과 관심사로부터의 복귀가 굉장히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잘 준비해 두어야겠다고 느꼈다. 구상된 계획에서 매번 벗어나도 무너지지 않는 유연한 작업 구조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우선 어떤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을 밑바닥부터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느꼈고(from1), 막무가내로 쌓여가는 기존 노션을 전부 레거시로 집어넣고 학습은 물론 업무에도 사용이 가능한 새로운 메모 상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참고6,7). 약 6개월이 지나서 메모 상자 시스템에 꽤 익숙해진 지금(@1/3/2022)은 이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부분 없어지게 되었다.
최근 헬로콕을 그만하게 되면서(참고5:@11/1/2021) 첫 번째 문제가 자연히 해소될 줄 알았으나, 여전히 스트레스가 남아 있었다. 첫 번째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여러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은 나의 본성 때문이다’ 라는 생각을 잡고, 이것저것 잘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유튜버 이연과 연예인 헨리는 각각 미술인과 음악인으로서 1% 인재는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훌륭한 사람들이다(참고8). 자꾸 발산하는 것 같은 나의 관심사를 볼 때, 적어도 그정도(헨리의 바이올린, 이연의 미술) 만큼만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나는 왜 아직 다른 욕심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컴퓨터공학’ 이라는 메이저를 선택한 후에도 ‘인공지능, 보안, 네트워크, 아키텍처, 웹, 모바일, 가상현실, ...’ 따위의 거시적인 트랙들만 보아도 이렇게 많으며 그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선택한 후에도 수십가지 그 중 하나로 나눠도 수백가지 프론티어들이 존재해서 하나를 아무리 파도 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멍청하게 컴퓨터도 하고싶고 미술도 디자인도 하고싶고 수학과 물리도 하고싶고 경영학도 배워보고 싶은 멍청한 놈이다. 멍청하면서도 순진해서인지 나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는 내가 이번생에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야 하는지 누군가 선을 슥 그려주면 좋겠다. 나 스스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과잉 긍정 아닐까 싶긴 하지만(참고10), 미디어들이 ‘여러분도 하고 싶으신 것들 다 할 수 있어요’ 를 외치고, 부업으로 천만장자가 된 성공담들이 떠돌고, 니콜라스 루만 교수님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선대의 현자들이(sup1:더보기) 순전히 관심가는 것에 따라 몰입(지속적 주의)의 대상을 바꾸어 갔음에도 엄청난 일들을 해냈다는 것을 들어 대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참고9:많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초조함).
과연 워런버핏이 말하는 ‘한 가지에 대한 집중’ 에서 오는 수렴적인 의미를 가진 창의력과 ‘나는 관심가지 않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는 발산적인 의미를 가진 두 가지 의미의 몰입 혹은 창의력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면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것들 중에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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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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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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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