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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r.b2.2.1.4.1_1. [info] title: 문제정의를 잘못한 채로 나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시간을 허비한 자율주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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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에 이 발표 대본을 준비하면서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숴야 한다’ 정도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from1). 발표 초안 정도만 짜 놓고는, 내 삶에서 학교 다음으로 긴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리고 무엇을 전달해야 자기자랑이 아니라 디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최근 한 2~3주에 걸쳐서 100시간정도 고민을 하는데 투자를 했어. 와닿지도 않는 본질 얘기를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게 아니라 문제정의를 제대로 못한 것이 자율주행팀 삽질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 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율주행팀의 실수를 예로 들면서 설명을 해 줄게.
처음에 디어는 정밀지도를 쓰고 있었는데, 정밀지도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네비게이션을 쓰기로 했다고 얘기했어(from2). 그리고 나서 자율주행기술을 강화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했지?
우리가 열심히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고 있을 때 자율주행팀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뭐라고 정의하고 있었을까? 그때 당시에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정의된 문장 하나가 없었어. 일단 그게 제일 부끄러워. 근데 또 우리는 문제정의가 없었지만 목표는 있었어.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열심히 했어. 그때 자율주행팀의 목표가 뭐였냐면, “성수동 초행길 100m 를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였어. 다시 말하지만 이건 문제정의가 아니라 목표야.
목표 : 성수동 초행길 100m 를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
도대체 문제정의가 없는데 어떻게 목표가 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니 너무나 상식적으로, 내가 풀고자 하는 어떤 문제가 있어야, 그걸로부터 목표가 나올 수 있는거 아니야(sup1)?
진짜 이상하게도 그때는, 문제정의에 대한 고민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를 전혀 하지 못했어. 다들 마음속에 뭐 그냥 자율주행 되면 좋잖아~ 정도의 생각만 있었던거야. 이게 명시적인 하나의 문장으로 딱 정의되어있지 않았다는 것 자체도 문제야. 나도 몰랐고, 준서도, 재석이형도 이게 필요한지 몰랐어.
그럼 다들 마음속에 그 두루뭉술하게 있었던 문제정의가 왜 문제가 될까? 모호한 문제정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때 당시의 목표를 만들어낸 나랑 준서랑 재석이형 마음 속의 문제정의를 한번 추측을 해볼게. 목표로부터 강제로 문제정의를 끄집어내 보는거야.
그러니까,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자율주행 더 좋게 만들려고 열심히 열심히 노력했을 그때 당시에는 하나의 문장으로 된 문제정의랄 것이 없었는데, 도대체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가지고 있었어야지 이런 목표를 만들 수 있었을까를 역으로 한번 상상해 보자는거야.
문제정의 : 킥보드 자율주행기술을 만드려 하는데, 성수동 초행길 100m 를 못 가는게 문제다.
문제정의는 “무엇무엇을 하는 데 무엇무엇이 문제다” 와 같은 꼴이 되어야 해. 그러니까, 당시 디어 자율주행팀의 문제정의는 “킥보드 자율주행기술을 만드려 하는데, 성수동 초행길 100m 를 못 가는게 문제다.” 가 되겠지? 이 문제정의는 말도 안되는 문제정의야.
일단 이 문장 자체가 누가 보더라도 엄청 이상하게 느껴져. 엄청 어색하잖아. 성수동 초행길을 돈다고 자율주행이 되지 않아. 성수동을 잘 돌아도 전국을 돌게 만들려면 결국 완전히 다른 기술을 사용해야 하거든.
문제정의가 모두의 마음 속에만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정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할수도 없었어. 그리고 애초에 문제정의가 잘못됐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워 놓은 “성수동 초행길을 100미터 가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거야. 그냥 목표를 달성하고 끝인거야.
방금 만들어낸 가상의 문제정의에 대해서 “왜?” 라는 질문을 한번 더 던지고, 이 문제정의를 낳은 문제정의를 하나 더 만들어 볼게. “자율주행기술을 만드는 데, 성수동 초행길 100m 도 못 가는 게 문제다.” 라는 문제정의에는 “다양한 가치를 만들려고 하는데, 킥보드 자율주행기술이 없는 게 문제다” 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거라고 할 수 있겠지?
문제정의 : 다양한 가치를 만들려고 하는데, 킥보드 자율주행기술이 없는 게 문제다.
당연히 “다양한 가치를 만들려고 하는데, 킥보드 자율주행기술이 없는 게 문제다.” 라는 것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잘못된 문제정의야. 자율주행기술이 완벽해도 자율주행 킥보드는 서비스 할 수 없어. 심지어 테슬라도 아직 한국에서 자율주행기술이 안 돌아가거든. 그렇다면 고객에게 가치를 주려면 반드시 자율주행이 잘 돼야할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아까 말했던 원격제어기술만 있으면 자율주행기술 없이도 가치를 만들 수 있는거잖아. 자율주행기술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냥 또 모두의 마음속에만 들어 있어. 심지어 고객이 삼륜 킥보드를 타는게 불편하면 자율주행기술이나 원격제어기술이 있어도 가치를 만들 수 없는거잖아.
우리가 어떤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정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이 성수동 초행길 100미터를 도는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할 수 없었어.
이것도 마찬가지야. 자율주행을 도대체 왜 해야해?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을 막고, 사람들이 타기 쉬운 곳으로 이동하고, 디어맨의 손을 조금 줄여주기 위해서라면, 자율주행이 아니어도 되는거 아닐까. 그리고 가치를 만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진짜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생략) 맥락을 해치는 것 같아서 생략한 내용
나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정밀지도는 초행길을 벗어나는 순간 먹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밀지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를 포함해서 자율주행팀은 ‘이거 왜 해?’ 라는 의문을 잘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건 엄청난 착각이었어.
나는 그냥 다른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보자고 제안했던 것 뿐이었어. “우리 왜 성수동 초행길 100m 를 돌려고 하는거야?” 같은 질문을 해서 목표에 대해 지적한 게 아니고, “우리 왜 킥보드 자율주행 기술 만들려고 하는거야?” 와 같은 질문을 해서 문제정의에 대해 지적한것도 아니었어. 나는 그냥 이 방법이 잘못됐어! 를 지적한 거였어.
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엔지니어라는 직군으로 채용됐어.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것 같아. 결국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늪에 빠진거야. 그런데 방향성이 바뀌니까 그냥 뭐가 진행되는 것 같고, 칸반보드에 있는 보드들이 하나씩 넘어가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 기분이 좋았어. 자율주행팀에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이 목표가 왜 나왔는지, 무슨 문제의식에서 이 목표를 떠올렸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모호하게, 마음 속으로만 문제를 정의해놓고 있으면 진짜 좋다. 이거 해야 한다. 이런 생각만 있었어. “왜?” 라는 질문은 그냥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만 적용됐어. 그걸로 충분한 줄 알았어. 그런데 전혀 그게 아니었어.
결국 문제가 올바르게 정의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가 엄청난 낭비를 만들었어. 그래서 뼈저리게 느꼈어. 아 문제정의를 제대로 해놓지 않고 목표를 수립하거나 솔루션을 도출해 버리는 것은 진짜 최악이구나.
parse me
1.
None
from
1.
supplimentary
opposite
1.
None
to
1.
2.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