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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편향, 노출편향, 최신편향, 확증편향의 종합체: 전동킥보드에 대한 인식과 규제

created
2022/05/23 10:08
last edited
2024/09/2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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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쉬움
이과: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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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가 위험하다

전동킥보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능적으로 낯선 존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진화의 멋진 산물이다.
하지만 사실과 인식의 괴리를 톺은 <팩트풀니스> 같은 책들은 인간의 이성과 본능의 괴리를 데이터로 짚었다. 이는 전동킥보드 문제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전동킥보드의 사고율은 자전거의 사고율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통계(참고2), 영국의 경우 자전거 사고율을 훨씬 하회한다는 통계(참고1)가 존재한다. 그나마 난다는 사고들의 대부분(72%) 조차도, 자전거도로가 빈약한 환경에서 일어났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참고4). 하지만 데이터로 밝혀 본 사실과 대중의 인식에는 분명히 괴리가 존재한다.

전동 킥보드가 정말로 위험한가

이륜 교통수단
사고건 (2020년 연간, 국내)
이용 당 사고율 (국내)
단위거리당 사고건 (150만km, 영국)
자전거
5000 건(TAAS HP) 13000 건(TAAS 인용기사)
0.0028%(따릉이)
3.33건(RoSPA)
전동킥보드
897 건(경찰청)
0.0026%(스윙) 0.0020%(디어, 현대해상)
0.66건(뉴런, RoSPA)
오토바이
21000 건(TAAS HP) 41200 건(삼성화재)
5.88건(RoSPA)
전동킥보드에 대한 편향 사고를 한다는 것은 자전거 데이터와 비교할 때 특히 두드러진다.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고리타분하다. 하지만 그 고리타분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1년에 13,000건씩이나 발생하고 있다(참고5). 이는 전동킥보드 사고 897건(참고6)의 최소 5배, 많게는 13배 많은 양이다.
데이터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살아오며 전동킥보드 때문에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세 번 겪은 사람은 자전거 때문에 위험천만했던 상황이 최소 열다섯 번에서 마흔 번 이상 존재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자전거로부터 사고의 위협을 느낀 경우는 얼마 없다. 개념없이 횡단보도를 휙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지 못하여 사고를 입을 뻔한 상황에서는 깜짝 놀라고 다행이라 여기며 넘어가는 반면,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개념없이 운전하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본능적으로 불쾌감이 샘솟아 욕을 내뱉곤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도 익숙해진 자전거라는 교통 수단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주목을 얻지 못한다.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이야기는 유통되지 않는다. 반면, 전동킥보드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다르다. 근 1~2년 새 운전자가 겪고 있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불청객이 나타났다.
나는 이러한 현상의 본질이 ‘아직은 이질적인 전동킥보드가 나쁘다는 프레임 속에서 눈앞에 나타나는 현상을 판단하고, 이를 더욱 오래 기억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불청객으로부터 집단적으로 우리를 방어하도록 본능적으로 진화했다. 이야기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이야기는 다시 양성 효과를 만들고 사람들은 전동킥보드는 나쁘고 위험하다고 머릿속에 미리 정답을 내려 두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 킥보드는 바퀴가 작아서 자전거보다 위험하다. 사람의 힘이 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보다 더 막 타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리고 한국은 킥보드를 타기 좋은 환경이 아닌 것 같다.
위와 같은 ‘전동킥보드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사고위험에 노출되었던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대신 데이터를 인용하여 국내 전동킥보드의 사고 빈도가 자전거의 사고 빈도보다 적지만 사고율이 더 높음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두 공유킥보드 회사와 보험사가 집계한 전동킥보드 사고율은 자전거 사고율(따릉이 기준, 0.0028%)을 하회한다. 사고비율 데이터를 보아도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다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당신의 인식이 ‘머피의 법칙’과 같은 편향이 아니라는 것을 왜 전혀 의심하지 않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문제정의

환경 파괴자가 싫어하는 PM

오늘날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PM)의 대표주자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이다. 나는 편향을 깨고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녹색전환과 에너지절약이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사람을 운송하는 PM 보급은 매우 긍정적이다. 70kg의 사람을 옮기는 일에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다름아닌 PM이다.
배달의민족 자율주행 로봇 ‘딜리’ 개발진은, 2kg 남짓의 음식을 옮기기 위해 200kg 이 넘는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은 대체로 참이다. 멋진 차를 모는 사람들은 PM 운전자를 나무라지만, 지구의 관점에서 나무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수 톤에 이르는 차에 몸뚱이 하나를 던져 둔 자가용 운전자다.
지금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모든 시도는, 한 번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을 높여서 추가된 에너지 이상의 사람들을 옮기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더 큰 대중교통, 더 큰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릴수록 환경친화적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라는 정부의 권고는 정확히 이 맥락으로 해석가능하다. 하지만 PM은 게임을 다르게 바라본다. PM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인프라의 크기를 대폭 낮추고, 딱 한 명을 잘 옮기기 위해 설계됐다. 대중교통 인프라에 종속적이지 않고 나 개인을 위한 교통 수단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이다. 자동차 1대를 주차하는 공간에 PM 10대를 세울 수도 있다. 기찻길이나 버스정류장같은 것도 필요없다. 자전거도 그러하고, 킥보드도 그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

하지만 PM은 유일하게 자전거도로에 의존한다. PM은 ‘자전거도로’ 를 다니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을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의 PM 인프라가 형편없다고 말한다. 그 결론은 주로 PM을 타서는 안 된다로 귀결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킥보드를 많이 타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문제를 정의해서는 안된다. 좋은 인프라가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이 올바른 문제정의에 가깝다. 그 누구도 우리나라의 PM 인프라가 형편없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면 안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참고1,2:통계에서 킥보드보다 자전거가 훨씬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자전거가 다니기 불편한 길이 있어 보행자와 차량의 공간을 침범한다면 자전거도로 닦아 주듯(참고3),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나 차량과 뒤섞여 혼란을 만든다면 전동킥보드를 왜 타냐고 나무라기보다 마찬가지로 자전거도로를 닦아 주면 좋겠다.
영국과 같이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된 국가에서는 전동킥보드 사고율이 자전거 사고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전거도로의 대대적 개선은 자전거의 편의뿐 아니라 전동킥보드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훨씬 상회하는 안전 규제, 그리고 편향적 사고로 시장을 축소시키고 못된 교통수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미래 교통 수단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인 동시에 문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입니다.
글을 쓰는 데 반영된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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