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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__1.2. [info] title: 오르세 박물관 다섯시간 후기와 그에 덧붙여진 많은 미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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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__1. [entry] title: EPITA 교환학생 일기장
ba7.3. title: 인상주의 화가 모네는 색상 그 자체(‣)가 아니라 색상이 인간의 뇌에서 인식되는 방식을 고려해 채색했다.
9_2. title: 추상이란 복잡도와 오해가능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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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솔직하게 대충 작성한 B급로그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줄을 길게 서야 한다. 나는 학생 비자도 있고 학생증도 있어서 공짜 입장이지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박물관과 달리 학생을 위한 별도의 대기선이 있지는 않았다. 1월은 프랑스 비수기지만 주말이기도 했을 뿐 아니라 뭉크 특별전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에 40분정도를 기다려야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입장하고 나서도 뭉크관에 들어가기 위해 30분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뭐든 알아야 재미있는 것 같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취미생활‘ 이라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배드민턴이나 스키와 같은 스포츠를 돈을 주고 배우며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사람, 취미로 시작한 음악으로 홍대 클럽을 돌며 공연을 하는 사람, 주말 하루종일을 투자하는 고전독서 모임에 매주 참가하는 사람, 집에 수백종의 술을 사다놓고 칵테일을 연구하는 사람, 수백종의 향수를 꿰고 있는 사람, 오토바이로 서킷을 타며 상을 타내는 사람… 이들 중 누군가 ’사소한 취미일지라도 그것에 대해 진심을 다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 ’그래야 그것으로부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라는 말을 해 주었는데 이런 주위 사람들과 이런 말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무튼 조금 거창해졌지만 아무튼 인스타에 고흐의 자화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오르세 박물관 가쪄용‘ 을 홍보하는 것에 흥미를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글의 뼈대는 뭉크라는 사람의 작품과 오르세 박물관에 특히 많은 인상주의 작품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미술사를 최대한으로 요약한 컷닝 페이퍼를 만들다가 생겨났다. 그래서 이 글은 각 미술 사조의 시간 흐름으로 목차가 세워져 있고, 미술관에서 관람한 내용들이 붙어 있다.
이렇게 표시된 것은 나의 생각이 담긴 부분이다.
이 글에 “(참고…)” 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모든 사진과 동영상들은 오르세 미술관과 모네 생가 등 프랑스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글에 있는 30%의 팩트들은 위키백과를 재구성한 것이고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흥미가 없는 사람이 미술 사조부터 공부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 아닌듯하다. 처음에 이 글은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데 편리하게 참고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므로, 글은 읽고 싶은데 미술과 사조에는 흥미가 없다면 적당히 넘기도록 하자.
미술사조.drawio
2.48 KB • drawio • https://drive.google.com
박물관 0층, 1층 전경. 촬영 위치는 5층이다. 박물관이 이렇게 생겨먹은 것은 역을 고쳐 만들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15C)

Renaissance
분홍색 직선들이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난다. 기가 막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6세기)의 <만찬>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그림은 원근감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정말 그림을 기하적으로 분석해서 그렸다. 그 덕분에 아래 글과 같이 그림과 소실점을 통해 화가의 두 눈이 현실에서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from4).

바로크 (17C)

Baroque
오르세 박물관에는 각 사조들별로 작품들이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각 사조와 작가들의 영문명을 알아 두는 것은 유용할 수 있다.
바로크의 예술적 표현 양식은 르네상스 이후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서양의 미술, 음악, 건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바로크 미술은 역동적인 형태를 포착하는 것과,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중점을 둔다.

계몽주의 (18C 중, 프랑스에서 시작)

Enlightenment, Lumières
18세기 중후반 프랑스를 기점으로 유럽 전역에 유행했던 문화적, 철학적, 문학적, 지적 사조다. 이것이 흥했던 시대를 계몽시대라고 한다. 대표적인 철학자로 바뤼흐 스피노자, 존 로크, 피에르 벨, 아이작 뉴턴 등이 있다. 계몽주의자들은 본인들을 진보적 엘리트라고 생각했고, 종교적 정치적 박해에 맞서 투쟁했다. 계몽주의자들의 저작은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을 비롯한 18세기 말의 정치적 대격변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세기 10년대, 가톨릭 신앙의 권위주의, 금욕이나 복종의 윤리에 반대하는 본능과 지성의 저항이 데카르트 철학의 영향 아래 문학가 사이에 일어나서 1715년 이후가 되자 비판으로 발전해 나갔다. 전근대적인 어둠이란 전근대적이며 봉건적, 종교적인 권위, 특권, 부정, 압제(壓制), 인습(因習), 전통, 편견, 미신(迷信) 등이다. 계몽(어둠에 빛을 비추어 밝고 현명하게 하는 일)의 사상가는, 이성을 척도로 하여 이 어둠을 비판하고 심판했다. 거기서는 종교도 자연관도, 사회도 국가도, 모든 것이 용서 없이 비판되었다. 이제까지의 사회 형태라든지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불리한 것으로서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오늘 많은 벤처창업가들이 ‘린 스타트업’ 이나 ‘그로스 해킹' 과 같은 단어들을 내세우며 모든 것들을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계몽주의의 결을 잇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신고전주의 (18C 말, 프랑스에서 시작)

Neo-classicism
18세기 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발전한 미술 사조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 문화의 고전적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고전적 내용, 역사적 내용, 엄숙함, 공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 애국심, 영웅적 모습 등을 강조했고 따라서 트로이가 인기를 끌었다. 연극무대처럼 한정된 공간, 단순한 구도, 건축적 배경이 많고, 등장인물은 적다. 또한 숨어있는 비극적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한참을 찾다 보니 느낀건데 큼지막한 사조들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시작한 것 같다.

낭만주의 (18C 말)

Romanticism
서유럽에서 발생한 미술적, 문학적, 지적 사조(思潮)이다. 18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1800년~1850년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이성과 합리, 절대적인 것에 대해 거부한 사조였다. 낭만주의의 첫 주자는 계몽주의 시대에 독일의 루소라고 불리던 헤르더이다. 낭만주의자들은 결코 이성이라는 것을 무시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과거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로 파악 되었던 이성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고려하였다. 또한 이 낭만주의는 개성을 강조하고, 사회를 과거와 달리 하나의 “유기체”로 보았다.
19세기 중엽에 성립된 로맨티시즘은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따르기 보다는 과거의 중세 봉건사회나 이국적인 것에서 이상을 찾고자 했다. 그 주요한 동기는 사회의 분열과 이기주의의 만연을 부정하고, 중세에서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던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염원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이성이라는 것이 이기심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공동체, 감정, 개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사실주의 (19C 중)

Realism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중세 시대의 그림들에 비해 훨씬 ‘진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참고4)
터너 <The Grand Canal, 베네치아> 1835
하지만 사실주의 화가들을 떠올릴 때 단순히 ‘진짜같은 것’ 을 그리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아쉽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대상의 묘사를 얼마나 ‘진짜같이’ 그려내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화폭에 담기는 존재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 그것도 ‘진짜같은’ 것이다. 과일을 그릴 때 벌레 먹은 부분까지 그려내는 것이 더욱 ‘진짜같은’ 것이다(벌레 안 먹은 과일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주의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어떤 부분을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는지 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그림(참고2)
16세기 카라바조는 대개 과일을 상했거나 썩었거나 벌레가 파먹은 온전치 않은 모습 즉 “사실”대로 그렸다. 카리바조, 과일 바구니, 암브로시아나 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신교의 영향으로 종교화가 차츰 영향력을 잃고 일상생활을 다룬 세속적인 주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농민이나 중산층의 꾸밈없는 생활 정경을 위트와 해학으로 그렸으며 … 얀 스텐, 항락의 폐해, 빈 미술사 박물관
앞서 신고전주의가 영웅적 모습을 강조하며 무엇인가를 우상화하려고 했으며(뭔가 영웅은 깨끗할 것 같다), 낭만주의 또한 봉건사회와 아름답고 감성적인 서사 등에서 이상(깨끗한 것)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방금 사실주의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했다. 그럼 이제 사실주의에 대한 위키백과의 설명이 왜 아래와 같은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신적인 상징물을 그리는 일에서 멀어지고자 한다는 점, 인간 주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은 계몽주의의 결을 잇는다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지 않을까.

자연주의 (19C 말, 프랑스에서 시작)

Naturalism
19세기 말 프랑스의 에밀 졸라를 중심으로 일어난 극단적인 사실주의의 한 갈래. 낭만주의에 반발한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사실주의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자연주의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그 상황을 분석, 관찰, 실험, 검토한 객관적인 상황을 묘사하려 하였다.
사실주의와 결을 함께하지만, 조금 더 딥하다. 상황을 관찰하여 객관적인 상황을 묘사. 근데 실험하고 검토할 건 뭐람?
자연주의는 세밀한 부분까지 매우 정확하게 그리려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사진이 등장하면서 미술가가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대미술은 점차 추상화, 개념화 되면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되었다.
자연주의는 계몽주의와 결을 함께한다. 신으로부터 한발짝 자유로워진 순간으로부터 인간이 무엇인가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계몽사상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더불어 알 수 있다.

인상주의 (19C 말, 프랑스에서 시작)

Impressionism
인상주의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친숙해하는 사조일 것이다. 그만큼 오르세 박물관에도 인상주의관이 가장 크게 마련되어 있다. 5층 전체가 인상주의관이다.
색채·색조·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는 미술 사조이다. 인상주의를 추구한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하는데, 이들은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묘사하고, 색채나 색조의 순간적 효과를 이용하여 눈에 보이는 세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하였다. 1860년대 파리의 미술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빛을 객관적으로 기록했다. 절대 주관적인 것이 아니다! 빛의 변화를 기록하려고 했다는 것이 굉장히 웅장하지 않은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비교한 재미있는 표현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아래 문단에서 ‘이전의 그림들’ 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사실주의 그림들이 우선 떠올랐다.
실제로 아래 그림을 본다면 굉장히 잘 그렸다는 느낌은 들지만, 물에 역동성은 전혀 없다. 강제로 부여된 역동성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어느 연못에 나가 바람에 물이 흔들거리고, 그 흔들거리는 물로 인해 반짝이는 햇볓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림(참고4)
터너 <The Grand Canal, 베네치아> 1835
반면 위 글에서 언급한 [라 그르누예르] 에서 표현한 물결은 무엇일까? 내가 말한 ‘역동성’ 과 ‘빛의 아른거림’ 이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참고5)
물결, 라 그르누예르
TODO: 클로드 모네 생가에서 찍어온 <수련> 전작들 사진 추가하기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포착해내기 위해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으며 색채 표현에 있어서 시각적인 착시효과를 이용한 색채분할법을 사용하였다.
사실 색채분할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이 ‘색채분할법’ 이라는 것은 분명히 색이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연구했다는 것 정도로 와닿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상주의자들의 색채 연구는 뇌과학과도 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되곤 한다(from2). 그도 그럴 것이 눈과 뇌가 어떻게 색을 받아들이는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아래 연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림(참고7)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명도와 채도에 대해서 상당한 이해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 <일출> 이나 <양귀비가 핀 들판> 같은 그림에서 채도를 제거하면 태양과 양귀비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것은 분명히 의도한 것이라는 말이다.
인상주의 미술은 전통적인 그림의 주제와 기교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그림의 동기와 대상을 찾았다. 인상주의 미술은 사실주의 미술처럼 도시의 일상뿐만 아니라 프랑스 시골의, 특히 프로방스 지방의 햇살 아래의 수시로 변화하는 풍경을 현장에서 직접 화폭에 음악으로써 생동감과 친근감을 주게 된다.
인상주의 화가는 빛과 색의 조화, 대상과 면의 구성을 나름대로 실험하였으며, 이는 고갱과 고흐, 세잔 등의 탈인상주의로 이어져 프랑스의 야수파와 독일의 표현주의등 현대 미술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실 오르세 미술관 방문이 특히 기대되었던 이유는 이 인상주의 작품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소문은 정말 정말 정말 사실이었다. 다들 언젠가 한번쯤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화가들이 방황할 때 인상주의가 길을 틔워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추상화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것들이 왜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다 보니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관점에서 ‘추상적인 표현’ 이라는 것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상화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되었던 것이다(from3). 중고등학생 때 미술을 배울 때에는 전혀 하지 못했던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은 추상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추상화의 근본을 인상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인상주의 그림을 눈앞에서 보고 싶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디오북에 따르면 르누아르는 이전 미술작품들과 달리 단순한 그늘일지라도 그냥 회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얇디얇은 그네도 단색으로 대충 칠하지 않았다. 빛이 묻어있는 듯한 때깔이 굉장히 인상깊다.
아래의 몽마르트 무도장 그림은 정말 빛의 예술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와 사람들의 몸에 얼룩덜룩 번져 있다. 이런 사소한 빛들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그림은 진짜 너무 예뻤다.
그리고 얘는 여자의 몸을 엄청 많이 그렸다.

폴 세잔

세잔은 자연을 단순화 시킬 때 기하학적 모양으로 변하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자연을 원기둥, 구, 그리고 원뿔로 다루고 싶어했다. 실제로 그림들을 보면 원통을 구부려 놓은 듯한 팔… 형태 묘사가 구체적이지 않다. 오디오북에 따르면 이러한 화풍이 큐비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팔이 나무몽둥이처럼 투박하다. ‘원기둥’ 이 연상된다.
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사람들의 표현이 딱딱해 보인다. 하지만 오디오북에 따르면 이 그림은 세잔의 화풍을 한데 모아 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세잔의 그림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성질인 ‘빛의 객관적 묘사’ 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은건가?

클로드 모네

모네 작품은 교과서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붓터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물 10cm 앞에서 모네 작품과 붓이 찍고 지나간 흔적을 보면 느낌이 리얼로 다르다.
이 주전자를 보자. 저 지저분한 붓 자국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꽃들에 나타난 물감의 흔적들을 잘 볼 수 있도록 클로즈업해 보았다.
진짜 화려하고 다채롭다. 보는 내가 기분이 다 좋아진다.
이 그림 실물로 영접했다(from3:왜 이 그림을 꼭 보고 싶었는지). 빛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아무래도 옆에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실물의 장점 아닐까

카미유 피사로

인상주의 화가들이 평범한 모습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목가적인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그림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늘의 색채 묘사를 보자.

에드가 드가

에드가 드가는 무용수의 일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눈이 나빠지다 보니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빛을 중요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기 작품들을 보면 형태가 흐릿하고 색깔만 어렴풋이 남아 있다.
한편 눈이 좋을 때 그린 그림들은 한편으론 굉장히 사실적이다. 아래 작품을 실제로 딱 보면 뭔가 입체적이어서 굉장히 울렁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디오북에 따르면 당대에는 흔치 않았던 시각적 왜곡을 아래 그림에 담아냈다고 한다. 작품을 실제로 딱 보면 입체적이어서 굉장히 울렁거린다는 느낌을 받은다. 오디오북에 따르면 당대에는 흔치 않았던 시각적 왜곡을 담아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도 인상주의자들이 뇌와 안구가 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는 하나하나 살펴볼 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만 거진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너무 배가 고파 죽을것 같아서 아래는 대충 보게 됐다. 이건 하루만에 돌 수 있는 박물관이 아니다. 루부르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데 도대체 어쩌려고… 잠시 후 밥을 먹을 때 옆에 있는 독일 친구가 ‘루부르는 뭐를 보고 갈지 정하고 가야 할걸? 아니면 그거 한 달 내내 봐도 다 못봐’ 라고 하더라. 교환학생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학생증으로 무료로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으니 확인해 봐라. 파리는 박물관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루부르, 오르세이, … 등 이런 것들은 연계하는 겅우가 많으므로 동선을 잘 정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시기별로 구역을 나눠서 다녀오는 것이 좋다. 예술에 관련된 박물관들도 잘 숨겨져 있다. 한국에서는 고흐 그림 한 점 가지고 있기가 어려운데, 오르세이 박물관도 아니고 로뎅 박물관에 가니까 다 있더라. 그리고 루부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싶으면 9시타임에 예약을 하고 가라.(참고1)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다.

신 인상주의 (19C 말, 프랑스에서 시작)

Neo-impressionism
프랑스의 쇠라, 시냐크 등을 중심으로, 인상파의 수법을 더욱 과학적으로 추구하여 일어난 회화의 한 경향. 색조의 분할을 철저히 한 점묘법을 특징으로 하였으며, 화면 구성을 중시하였다.
평소 점묘 작품들을 보면서 점묘라는 기법을 도대체 왜 사용하는걸까 한 적이 많았다. 뭐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인상주의자들은 점묘라는 기법이 색조를 분할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조르주 쇠라

점묘들

폴 시냐크

점묘

앙리 에드먼 크로스

야수파에 영향을 줌.
야수파가 뭐지 근데.. 배가 고파서 공부할 힘이 없다. … 이 글의 첫 번째 버전을 작성하고부터 두 달이 지나고, @4/13/2023 모네 생가에 다녀왔다. 이참에 과거에 했던 생각들을 톺아 보며 글을 보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쪽까지 오려면 멀었다.

탈 인상주의 (19C 말, 프랑스에서 시작)

Post-Impressionism
탈인상주의는 인상주의에서 시작했지만, 그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품 세계를 확립하려고 한 예술 사조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주로 1880년대에 활약한 화가를 가리키는 편의적인 호칭이다.
뭐 아무튼 여기까지는 아무래도 미술 작품이 뭐를 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알아먹을 수는 있었던 것이다.

폴 고갱

폴 고갱(Paul Gauguin, 1848년 6월 7일 ~ 1903년 5월 8일)은 프랑스의 탈인상주의 화가이다. 파리에서 태어났다. 생전에는 그리 평가받지 못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인상주의를 벗어나 종합주의 색채론에 입각한 작품을 남긴 화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폴 세르쥐에

이런 사람들의 작품이 있었다.

에밀 베르나르

이런 사람들의 작품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

그래… 오르세에 왔는데 아무리 배가 고파도 고흐는 보고 가야지… 진짜 쓰러질뻔했다.
이거 실물로 보면 울렁울렁거린다. 이 울렁울렁거린다는 것보다 좋은 표현이 없을까… 입체적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3D 안경을 낀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색감이 장난 아니다.

표현주의 (20C 초, 프랑스에서 시작)

Expressionism
표현주의(表現主義)는 20세기 초에 일어난 미술의 한 양식이다.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와 마찬가지로 표현주의는 자연주의 경향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보통 고흐와 고갱부터 표현주의 경향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표현주의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나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동시에 전개되었다.
표현주의는 인상주의와 결을 함께한다. 당연히 자연주의에 반대하는 사조이다. 추상화가 생겨나기 전 예고편 느낌이다.
그렇다고 인상주의처럼 빛이나 일상생활에 집중하거나, 야수파처럼 색채를 변형시키는데 집중하거나, 입체주의처럼 형태를 파괴하는데 집중하지도 않았다. 이들 표현주의자들은 감정과 감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뒀다. (나무위키)
감정을 담아낸다는 점이 낭만주의와 비슷한 결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에드바르 뭉크

뭉크 특별전 마지막날이었다.
설명이 생각보다 잘 나와있다. 그래도 나는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하나 보는데 한참 걸렸다.
당대 유행하던 풍경화를 위시한 자연주의의 경향에서 벗어나 이후 융성하게 되는 표현주의 양식을 주로 채택하였다. 다만 평생 우중충한 그림만 그리고 산 것은 아니며, 《태양》이라는 작품처럼 밝고 화사한 작품도 그린 바 있다. (나무위키)
뭉크도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에 반대했구나.
처음에는 신(新)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점묘의 수법을 사용하여 삶과 죽음에의 극적이고 내면적인 그림을 그렸다.
대충 뭉크가 하나의 소재를 다양하게 변형하며 재활용했다는 이야기
가면 갈수록 그림이 이렇게 바뀐다.
이것도 보면 <절규> 와 굉장히 느낌이 비슷하다. 쉽게 말해 자신의 과거 작품에 사용했던 소재들을 ‘재탕’ 한거다.
끝. 마무리가 조금 허술하지만 진짜 배가 너무 고파서 더 돌아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침을 안먹고 11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6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안먹었다. 내가 영접하고 싶었던 그림과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여기 있다고 샤우팅한 동생에게 줄 포스터 하나를 집어들고 나왔다. 그래 어차피 공짜니까 또 오면 된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들이 진짜 내 눈앞에 수두룩 빽빽하게 펼쳐져 있고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회화의 의미를 찾으려고 발버둥친 흔적이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는 박물관에서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코랑 눈이 찡해졌다. 정말 맨날 지겹도록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것들 아닌가! 아무리 미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이 없어도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이렇게 높은 밀도로 몰려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 정말 뽕이 차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은 4시쯤 먼저 나가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지만 배고파 죽겠음에도 나는 쉽게 나갈 수 없었다.
오르세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기준 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또 들어가면 오디오북도 들어야하지(5천원) 기념품도 사야 하지.. 사람들은 지갑을 기꺼이 연다. 아무리 미술가가 오늘날 돈을 못 버는 직업으로 폄하된다고 할지라도, 각 시대를 살아가던 예술가들의 고민과 그 결론은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이들이 남긴 대표적인 흔적들은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진짜 이게 얼마짜리 관광 자원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프랑스를 유럽의 중국 정도로 폄하하곤 한다. 지하철에서 냄새도 나고 인터넷도 느리고 환승도 안되고 일처리가 느리고 외식 물가가 비싸고 융통성이 없는데 관광 자원으로 벌어먹고 살아가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서울의 1/3 면적밖에 되지 않는 시내에 이렇게 기념비적인 무언가들을 압축적으로 모아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인건비는 상승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미래에 관광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이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도태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지 두려우면서도 너무 부럽기도 했다. ‘그래 그냥 너 평생 이걸로 잘 먹고 잘 살아라 야발 이런거 많아서 좋겠다!’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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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과거의 어떤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들었는가?
supplementary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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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과 대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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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이 어떤 생각으로 발전되고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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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레퍼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