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rch
Duplicate
✏️

컨셉과 브랜딩 vs 데이터와 그로스 뭐가 더 중요할까? 컨셉의 딜레마 재해석, 도와줘 LLM!

created
2024/08/31 12:01
last edited
2024/08/31 12:37
difficulty
문과: 쉬움
이과: 보통
1 more property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의 딜레마

컨셉과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는 주요 상황은 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을 지킬 해자를 구축하고 싶을 때다. 명확한 컨셉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며, 빠른 시장 침투와 고유한 포지션 방어에 핵심적인 힘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컨셉 개발에 대한 우선순위를 팍 올리지도, 팍 내리지도 못한 채 사로잡혀 있는 많은 스타트업 팀원들과 몇몇 경영진들을 보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제품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명확한 컨셉을 잡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컨셉을 다듬기 위해 들어가는 리소스가 상당하다는 점이 컨셉에 대한 고민을 늦추는 주요 원인이다. 그 결과 기업가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에 기반하여 - 컨셉이라는 것을 포기하거나, 브랜딩과 컨셉에 집착하거나 - 종종 둘 중 하나의 극단을 택한다. 이러한 교착 상태나 극단에 빠지지 않고 기업의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중용의 관점과, 이 관점을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컨셉이 갈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합리주의는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철학적 입장이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 데이터, 그리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비합리주의는 직관, 감정, 경험 등 이성 외의 요소들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입장이다. '직감'이나 '영감'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여기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딱 잘라보기는 어렵지만, 컨셉을 둘러싼 견해와 이야기들을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라는 프레임에 넣어 보면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다수 기업에서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 합리주의적 접근과 비합리주의적 접근은 갈등한다. A/B 테스팅, 린 스타트업, 데이터 기반의 빠른 성장 전략이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근본을 두고 있는 전략이라면, 컨셉을 구체화하고 의미를 먼저 탐구하는 전략은 비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근본을 두고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주의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시장 조사, 고객 데이터 분석, 경쟁사 벤치마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측정 가능한 성과와 예측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비합리주의적 접근인 컨셉 개발은 직관, 창의성, 그리고 때로는 비논리적인 '감'에 의존한다. 이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컨셉이 시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의 경계를 무색하게 한다. 명확한 컨셉은 아직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지 못하지만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품이나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좋아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동시에 아직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지 못하지만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영원히 좋아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인다.

중용 찾기

이 맥락에서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언급한 'carrying capacity'와 강재윤 대표의 '갈망론'은 중요한 합리주의적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Carrying capacity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고객 수로 해석될 수 있다. 이승건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최대 고객 수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의 컨셉을 만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다. 강재윤 대표의 갈망론도 마찬가지다. 그의 관점에서는, 갈망의 크기가 애초에 작은데 그 갈망을 잘 충족시켜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역시 시장의 잠재력과 고객 가치를 고려한 합리적인 접근이다. 이는 컨셉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중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합리주의적 고려사항, 즉 컨셉이 합리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합리주의적으로 사고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컨셉과 브랜딩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중용의 관점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초가 공간을 밝히는 도구적 관점을 넘어 분위기를 창출하는 의미를 만든 사례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비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펩시콜라의 손을 들었지만 코카콜라가 더 높은 가치를 받는 일은 합리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스타벅스의 <제3의 공간> 이라는 컨셉은 좌석이 부족해 고객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좌석 간 간격을 좁히지 않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유명하다. <골목식당>에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영세한 가게에 불과할지라도 대표 메뉴를 명확히 정하고 명확한 컨셉을 부여받는 과정에서 손님들이 찾는 메뉴들을 과감히 삭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합리적으로 결정된 컨셉이 오히려 합리주의적 사고에 기반하여 빠르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점이 될수도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이유

하지만 여전히 이미 중용의 관점을 가지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해답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모호한 점을 탐구하기보다는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설령 주어진 답이 부정확하거나 최선의 것이 아니어도 따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을 싫어해서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인지과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인지적 종결 욕구’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차피 고민해봐야 답 안 나오니, 일단 XX에 집중하자!’ 는 각 극단에 치우쳤던 사람들의 정신적 동기였을지도 모른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시 우리는 왜 컨셉 구체화를 위한 리소스 투여에 주저했는지 돌아가 보아야 한다.
페이지와 챕터는 <컨셉 수업>에서 다루는 부분과 대응
내가 관찰한 문제의 본질은 컨셉을 만드는 전체 과정이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컨셉은 위 그림과 같이, 제품과 기획과 브랜드가 어느정도 갖춰진 상황에서 본질만 남기는 과정을 반복하여 ‘Just Do It’ 이라거나, ‘The 3rd Place’ 라거나, ‘Think Different’ 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제품, 기획,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상황이라면? 세로로 깊은 컨셉을 세우는 것은 속도를 늦추고 돈을 깎아먹는 행위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
제품 제작 과정의 이상과 현실
컨셉을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기획, 제품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가 선재하고, 브랜드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한방에 최선의 제품을 기획하는 창조 과정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실제로는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따라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 스토리를 입히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기획을 하는 상황이 많다.
이러한 비선형적 상황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당면한다. 실제로 나는 최근 IT/AI 관련 내용을 컨텐츠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엄청나게 힘을 들여 컨텐츠를 만들더라도 하루 20~30명꼴, 애매한 속도로 구독자를 모은다. ‘아 제품(컨텐츠)를 아예 확 바꿔야 하나..?’, ‘아 아예 컨셉을 확 뒤집어 버려야 하나..?’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리를 맴돈다. Carrying capacity와 갈망론 - 두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시원하게 PASS 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골목식당>을 기점으로 유명해진 ‘연돈’의 사장님이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한 결론이 ‘마진이 안 나오는 돈까스 메뉴 포기’ 였다면 지금의 ‘연돈’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컨텐츠 제작의 속도를 높이면 되지 않을까?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제품(컨텐츠)을 생산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미 우리는 제품(컨텐츠) 하나를 제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내부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고 있음에도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거운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되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합리적 관점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준은 명확한 컨셉이었다. PMF 없이 컨셉을 고민하면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깝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컨셉이 필요한 고착 상태인 셈이다.

LLM을 이용한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의 교착상태 해소

여기서 LLM(Large Language Model)이 좋은 도움을 줄 수 있다. Self-Discover과 같은 아이디어를 이용하면 LLM이 멘탈모델을 기반으로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화해낼 가능성이 있다. LLM이 읽을 수 있는 위치에서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 정보를 관리하고, 앞서 언급했듯 <컨셉 수업>과 같은 책이 제시하는 추상적인 관점(멘탈 모델)을 가진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품기획, 컨셉, 브랜드 스토리가 아무리 자주 변경되더라도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안받을 수 있다. 사람은 최종 검토 또는 에이전트 시스템이 만든 결과물을 추가적으로 발전시키는 작업만 수행해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합리주의적 사고방식과 합리주의적 사고방식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LLM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으로 컨셉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생성형 AI를 이용해 사람의 인지적 종결 욕구에 의한 극단성을 줄이고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유즈케이스 아닐까.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입니다.
1.
작성 중입니다.
글을 쓰는 데 반영된 생각들입니다.
1.
작성 중입니다.
이 글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1.
작성 중입니다.
바로가기
다빈치 작업실 : 블로그 홈
생각 완전체 : 글 그 자체. 블로그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