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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_1. title: 지식에는 절대적인 밑바닥이나 근본이 없다. (고등학생 때 나의 연역적 사고 집착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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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때 심취해 있었던 '지식의 구조' 란 이런 것인가 뭐 이런 망상. 너무 깔끔하고 좋은걸?
나는 내가 고등학교 미적분에서 배웠던 그것들이 정말 완전한 bottom up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배울 때 극한값 정리 → 미분 계수의 정의 → 롤의 정리 → 평균값 정리 이런 거대하고 굉장히 연역적인 흐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학은 연역의 학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와... 이 엄청난 아름다움을 고3씩이나 되어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었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공부하며 자신감도 많이 올랐고,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는 마인드로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참고6).
그 뽕에 취해서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수학을 공부할 때는 물론 딥러닝을 공부할 때조차도! 한동안 그렇게 정말 엄청나게 엄밀한 정리를 따르려고 많이 노력하고 그 사고의 흐름을 하나의 페이지에 정리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답답했던 것은 어떤 사고의 흐름이나 어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한단계 더 기본 개념들이 화살표처럼 딱딱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이것을 하나의 페이지에 우겨넣는 것이 어려웠다.)
시스템의 완벽한 이해에 대한 욕망은 나는 물론 세기의 천재들도 가지고 있는 욕심인 것 같다(참고7:테슬라의 안드레).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미련한 짓일 수 있겠다. 딥러닝을 그렇게 공부할 때가 생각났다. 논리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차기는 했지만 분명히 지치는 일이었다. 툭 하면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중간의 사고과정 하나가 구멍나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멈추고 다시 돌아가 그 부분을 메꿔야 했다. 어떤 개념의 원리를 타고 들어가면 정말 한도 끝도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이 미련한 짓인 이유를 파인만의 말(참고2) 을 빌려 설명해 보겠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사고의 첫 단추들은 충분히 밑바닥에 있다고 생각되는 관습적으로 선택된 정리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가 밥먹듯이 썼던 극한값의 정리도 정리일 뿐이다! 무한대의 정의도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했다 치고 공부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공리가 아니었지 않은가! 그래, 공리라고 할지라도 그 공리는 우리가 다루는 미적분학이라는 학문에서만 공리일 것이다.
이 사실들을 인정하고 나면 지식이 그물망 형태로 퍼지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너무나도 신나는 일이 된다. 실제로 우리의 머리 속에 지식이 저장되는 방식도, 어떤 밑바닥부터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떤 선개념(preconception) 에서 시작해서 다음 시도들이나 심화 조사에 대한 시도를 이어나가게 되며, 이것을 설명해나가는 과정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참고4:지식그래프를 그리는 사람)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 이 일어난다 (참고3). 교육과정, 교과목, 바이블은 '좋은 선개념' 을 제시해줄 뿐이다 (참고5:어떻게 배우는 것이 좋은가).
그냥 생각나는 단어들을 휘갈겨 써 봤다. 이런 지식에 밑바닥과 '더 근본적인 개념' 은 없다. 특히 문과 이과 구분이란 없다.
내가 연역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과정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학문의 밑바닥을 잘 정의해 두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미적분 교육과정은 '음, 이정도까지면 고등학생이 더 low level 로 내려가지 않고도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학문의 컨셉을 이해하고 사고를 전개할 수 있겠지? ㅋㅋ 미적분학은 딱 요기서부터 시작하면 참 좋아요~' 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전설적인 물리학의 대가 리처드 파인만은 '관습적으로 선택된 정리들'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11/8/2021, 1:48:00 AM 진짜 미친 짓 아녔나 싶다. 어떻게 이걸 카테고리에 나눠 놓고 분류하려고 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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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참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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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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